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개방 · 개혁 정책인 '도이모이(doimoi · 쇄신)'가 본격화된 1986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2600개 기업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올 10월까지 대(對) 베트남 누적 투자규모도 230억달러에 달한다. 베트남 투자진출국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다. 한국 투자기업의 최대 걸림돌은 과도한 규제 및 관료들의 해묵은 부패다. 이런 구습이 베트남의 투자 환경을 저해하고 있다.

베트남은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국제 기준'에 맞춰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이 지났지만 베트남의 투자환경은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선석기 KOTRA하노이KBC 센터장은 "복잡하고 경직된 인 · 허가,통관 절차 등으로 현지 한국 업체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식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세관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수속을 미룬다는 것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통관수준을 100으로 놓고 계산한 통관절차지수를 비교해보면 베트남은 93으로 아세안 국가 평균(134.6)에 턱없이 못 미친다.

외국 기업이 사업 허가권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다. 유통 부문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월 유통시장에 100% 외국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개방하고 투자 유치를 촉진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선 센터장은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을 비롯한 많은 다국적 유통기업이 투자허가서를 신청했으나 허가가 쉽게 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호찌민시에 베트남 2호점을 연 롯데마트도 허가를 받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는 "중앙 정부에서 법령을 발표하더라도 지방 정부 및 산하 기관에서 제대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료들의 해묵은 부패도 투자 환경을 방해하는 뿌리 깊은 걸림돌이다. 기업들이 제대로 사업을 하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는 다반사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지 세관원들이 외국 기업에 통관 승인 대가로 뒷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올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베트남은 120위로 최하위권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베트남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자 환경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 관료들의 부패와 경직성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도이모이

베트남어로 '변경한다'는 뜻의 '도이(doi)'와 '새롭게'라는 의미의 '모이(moi)'가 합쳐진 용어.1986년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제기된 개혁ㆍ개방 정책 슬로건이다.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주의적 경제발전을 지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