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강원랜드에서 수십억을 날리고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이모씨 유족에게 강원랜드가 13억여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0부(부장판사 강민구)는 사망한 이모씨가 “도박중독을 알고도 대리베팅 등을 허용해 얻은 75억4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생전에 강원랜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강원랜드는 부인과 자녀들에게 총 13억2000만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강원랜드는 스스로 사행심을 억제할 능력이 없어 이미 수십억원을 탕진한 이씨에 대해 출입제한 등 최소한의 보호의무를 하지 않았다”며 “가족 등이 출입제한을 요청했다가 다시 해제신청하더라도 ‘도박중독센터 상담확인증’ 등을 첨부하지 않으면 도박중독자를 출입시켜선 안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부인의 요청으로 이씨의 출입을 제한시킨 후 확인절차 없이 제한을 풀었으므로, 이씨의 손해액은 출입제한 해제 후 탕진한 22억원으로 책정된다”며 “다만 카지노에 출입해 게임할지 여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 만큼 강원랜드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03년 4월부터 7월까지 강원랜드 호텔 카지노에 출입하면서 45억8000만원을 탕진했다.이에 이씨의 부인은 강원랜드에 출입제한을 요청했고 강원랜드는 이를 받아들였다.그러나 출입제한을 신청한 것을 안 이씨가 화를 내자 부인은 마지못해 출입제한 해제를 신청했고 강원랜드는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이를 허용했다.이모씨는 다시 2007년 4월까지 35억원을 더 잃었다.같은해 11월 이씨는 강원랜드를 상대로 75억4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이듬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1심에서는 “강원랜드는 출입제한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이 있지만 이씨가 잃은 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줄 수는 없다”며 “가족들에 약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