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리고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논리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간단치 않다. 갈수록 늘고 있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58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42조원) 대비 40조원 이상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356조원에 달한다. 증가 추세로 볼 때 가계대출액은 내년 상반기 중 6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다. 작년 기준으로 153%다. 일본(135%)이나 미국(128%),독일(98%)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게다가 변동금리 대출이 전체의 9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기구조 역시 일시상환형(42%)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의 체질 개선 차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실물경제 성장속도보다 빠르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은행의 무리한 자산 확대를 억제하고 대출 수요자가 장기 ·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해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