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외시장에서 가장 부각된 종목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었다. 삼성생명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주요 비상장 계열사에 매수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 계열 대형주들도 덩달아 강세를 보여 장외시장 전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내년에도 대기업 계열사들의 IPO가 잇따를 전망이어서 장외시장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그룹주 압도적 강세

19일 비상장주식 정보제공 업체 피스탁과 프리스닥에 따르면 장외시장에서 올해 상승률 1위는 반도체 · 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업체 세메스로 나타났다. 작년 말 6만1300원에서 23만2500원(17일 기준)으로 279.3% 급등했다. 세메스는 삼성전자가 지분 85.62%를 보유한 자회사다.

삼성전자 계열 후공정 장비업체 세크론은 2만원이던 주가가 6만9000원으로 245.0% 치솟았고,애프터서비스 업체 삼성전자서비스도 6000원대에서 1만9050원으로 뜀박질했다. 차원석 피스탁 팀장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데다 삼성생명에 이어 계열사들의 상장이 잇따를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메스와 세크론은 신규 상장보다는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세메스는 장비 국산화율 제고를 위해 삼성테크윈과의 합병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물류자동화 장비도 개발하는 세크론은 앞으로 그룹 내 물류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SDS와의 합병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메디슨도 3000원에 머물던 주가가 지난 9월 이후 오름세를 타 50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 계열사 중 상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는 삼성SDS도 올 들어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213.6%)와 현대건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199.1%)이 상승률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위아는 내년 초 상장을 추진 중이고,현대엔지니어링은 매각 가능성이 부각돼 강세를 보였다. 두산엔진 농수산홈쇼핑 서울통신기술 등도 올해 두각을 나타낸 장외종목이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그룹 계열사나 경쟁업체의 기업공개로 대형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벤처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장외시장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장외주식 인기 지속될 듯

장외주식들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일부 은행 보험은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선보이고,증권사들은 속속 장외주식 중개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비상장주식 중개를 시작한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지난 8개월간 장외주식 투자를 위해 약정을 맺은 고객이 2141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선 내년 IPO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삼성계열 에버랜드와 삼성SDS,LG계열 실트론,GS계열 GS리테일 등을 꼽고 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요 비상장사를 1~2년 내 상장시킬 것으로 보여 상장이 가시화되는 장외기업들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장외주식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현대차 계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는 배당성향이 높아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단기급등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장외주식은 거래가 많지 않아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되는 경우가 많고,상장 전 차익을 실현하는 기관들의 매물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장 기대로 급등했던 KD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은 올해 주가가 부진했다. 또 상장이 임박해 주가가 뛰는 종목들은 공모가가 장외주가보다 낮게 형성돼 자칫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지연/강현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