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이요? 외국인과 기관들이 올려놓은 숫자일 뿐이예요."

개인투자자 A씨(36)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계좌를 들여다볼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었다고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들이 들리고 있지만 A씨의 수익률은 형편없다.

녹색산업이 유망하다는 전망에 상반기에 LED(발광다이오드) 관련주 2개 종목에 투자했고, 올해초 바이오 관련주의 랠리와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 육성책 소식에 줄기세포 관련주에 적잖은 돈을 넣었다.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분석과 직관으로투자했다고 믿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LED 종목의 수익률은 처음엔 괜찮은가 싶더니 3분기말부터 고꾸라지더라구요. 헬스케어주들만 반짝했지 제가 들고 있는 줄기세포 관련주는 아예 거래량도 뜸하더라구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실패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보다 코스닥 시장의 수익률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개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라리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펀드에 넣는게 나았다는 후회까지 들리고 있다.

실제 같은 기간 펀드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연초대비 19.47% 상승했다. 1년 동안은 23.0%가 올랐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연초대비 3.3%가 떨어졌고 1년 동안의 상승률은 0.1%에 불과하다.

코스닥 시장이 이처럼 활성화되지 못하다보니 주머니가 가벼운 개미들의 투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기관들은 달랐다. 코스닥을 비롯해 중소형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중이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의 대표적인 펀드인 '알리안츠Best중소형증권투자신탁'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37.82%에 달한다. 1년 수익률은 42.98%다. 이 펀드는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 현재 신규자금을 받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은 연초대비 36.96%의 수익률을 올렸고, 지난 2년 동안의 성과는 164.25%에 달한다. 설정액은 36억원에 불과하지만 펀드매니저의 교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동양중소형고배당증권투자신탁', '세이고배당증권투자신탁', '한국투자중소밸류증권투자신탁, '삼성중소형FOCUS증권투자신탁 ' 등의 펀드들이 연초대비 20%의 수익률을 넘으면서 코스피 수익률을 앞지렀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은 종목들의 위험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처럼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올해에는 코스닥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관과 개인간의 수익률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개미들, 코스피 2000 시대 반갑지 않은 까닭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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