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지수' 살피면 中경제 속살 보인다
"중국 경제를 파악하려면 차기 권력자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관심 지표로 구성된 '리커창지수'를 보세요. "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산출해 공개한 리커창지수가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실상을 더 잘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리커창지수란 리 부총리가 신뢰성이 떨어지는 GDP 대신 경제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참고하는 △철도 물동량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대출 등 세 가지 지표를 재구성해 이코노미스트가 산출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리 부총리가 2013년 원자바오 총리에 이어 총리에 오르더라도 각 지방에서 보고하는 GDP 수치에 대해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중국 외교부 문건에 따르면 리 부총리는 2007년 랴오닝성 당서기 재직시 미국 대사와의 만찬에서 "랴오닝성의 GDP 수치는 조작된 것이라 신뢰할 수 없다"며 "경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 세 가지 지표만 보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리커창지수를 보면 중국 경제는 공식 GDP 통계처럼 고속성장하고 있으나 변동성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와 작년 1분기 전력 사용량과 철도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0% 수준까지 급락,중국 경제가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혹독한 침체를 경험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4분기 GDP 증가율은 6.8%,2009년 1분기는 6.5%였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신규 대출 급증은 중국 경제의 'V'자형 회복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리커창지수에 따라 중국 경제를 분석한 결과 중국 경기선행지수의 상승반전 신호는 미약하며 긴축 강도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반전 여부가 관심사인데 철도 수송량은 지난 10월부터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돌아선 반면 전력 소비량은 아직 의미 있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물동량 증가율은 지난 8월 6.2%를 바닥으로 9월 6.4%,10월 6.6%,11월 7.4%로 회복국면에 있다. 이에 비해 중국 월별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작년 11월부터 올 5월까지 20%대 이상을 유지했으나 이후 꾸준히 낮아지며 11월에는 5.7%까지 떨어진 상태다. 은행 신규대출은 긴축정책에 따라 지난 7월부터 5000억위안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경기선행지수는 물동량이나 통화량과 밀접한데 중국 정부가 부동산 긴축을 강화해 상승반전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로이터통신도 "중국의 초강경론자들이 인플레이션과 타협하고 있다"며 "중국이 어느 정도 물가인상을 받아들이고 금리인상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