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측면에서 전력 수급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전체의 전력 수요와 공급을 고려할 때 발전소 건설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발전소 하나를 추가로 짓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원자력발전소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발전을 할 수 있지만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 발전용량이 140만㎾인 한국형원전(APR1400)을 짓는 데 5조원이 필요하며 총 10년의 기간이 걸린다.

화력발전소도 결코 싸지 않다. 200만㎾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4년6개월이 걸리고 3조2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비교적 싸고 빨리 건설할 수 있다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데에는 2년5개월 동안 6255억원이 든다.

겨울철을 맞아 급등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한다고 결정해도 최소 2년에서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발전소 건설은 장기 전력 수급 대책은 될 수 있어도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달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발전소를 건설한 이후 발생하는 비효율 문제도 있다. 겨울철이나 여름철의 단기 전력피크를 대비하기 위해 6000억원 이상 들여 건설한 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적은 봄과 가을에는 유휴 설비가 된다. 값비싼 연료인 LNG를 쓰는 복합발전소는 봄 가을엔 개점휴업 상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당장 전력 공급에 여유가 없다고 해서 발전소 추가 건립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며 "경제성장률 산업구조 등을 고려한 전력 수요 예측을 통해 건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전력 수급을 봤을 때 발전소를 짓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발호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여전히 제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기차가 상용화될 때를 고려하면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시 전력 수요를 충당하면서 추후 늘어날 수요를 감안해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력 수급 계획을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