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 각 골프투어나 골프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많이 벌어졌다. 규칙을 잘 못 이해해 큰 손해를 보거나 1m가 안 되는 퍼트를 실패해 우승컵을 놓치기도 했다. 3년만에 똑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하는가 하면,골프장에서 일을 하다가 볼에 맞아 사망한 사람도 있다.

◆골프 규칙이 '원수'


어처구니없는 규칙 위반의 대명사는 더스틴 존슨이다. 존슨은 USPGA챔피언십 최종일 18번홀 벙커에서 샷을 하기 전에 클럽헤드를 모래에 대는 바람에 2벌타를 받았다. 1타차 선두였던 그는 그 벌타로 인해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고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왓슨은 "갤러리들이 밟아놓은데다 풀과 모래가 뒤섞여있어서 벙커인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마다 류지는 스타트로피에서 규칙을 오해해 26벌타를 받는 기록을 남겼다. 볼을 옮겨놓고 치는 로컬룰이 적용됐는데 이마다는 규정을 벗어난 지점에 13차례나 놓고 쳐 한 번에 2벌타씩을 부과받은 것.

박인비는 일본 PRGR레이디스컵 때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였는데도 퍼트했다고 지적당했다. 자원봉사자가 신고한 것.위원회에서는 비디오판독을 한 끝에 박인비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고 2벌타를 내렸다. 선두로 경기를 마쳤던 박인비는 1타차로 대만 선수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눈물을 흘렸다. 미쓰카 유코는 살롱파스컵에서 늑장 플레이를 한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자 코스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에게는 200만엔의 벌금과 함께 11개 대회에 출전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줄리 잉스터는 세이프웨이클래식 때 한 홀에서 경기가 지연되자 몸을 풀려고 9번아이언에 무게추를 끼워 연습스윙을 했다. 중계를 보던 시청자가 제보했고 잉스터는 실격당했다. '라운드 중에는 원조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1m도 안되는 퍼트가 미워요

고교생 이은주(17)는 한국여자오픈에서 대어를 놓쳤다. 1m거리에서 2퍼트만 하면 우승이었는데도 3퍼트로 보기를 했고 연장 세 번째홀에서 지고 말았다. 서희경은 롯데마트여자오픈 마지막 홀에서 50cm거리의 버디퍼트를 놓쳐 3위에 그쳤다. 제프 오길비는 메모리얼토너먼트 첫 날 4.5m 버디퍼트가 홀을 지나가자 마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파퍼트를 하려다가 실수했다. 80cm도 안되는 거리였다. 필 미켈슨은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때 1.2m거리에서 3퍼트를 했고 타이거 우즈도 바클레이스 때 50cm 파퍼트를 놓친 후 퍼터를 내동댕이쳤다. 미PGA 프로들은 1m내 퍼트성공률이 95%를 넘지만,실패확률 5% 때문에 운명이 바뀌곤 한다.

◆뱀에 물리고 날아온 볼에 맞아 죽고

멜리사 레이드는 유럽투어 산야여자오픈 2라운드 16번홀(파5) 워터해저드 인근에서 플레이하던 중 길이 1.8m에 달하는 뱀에 물렸다. 레이드는 응급처치를 받은 후 플레이를 재개하는 투혼을 보였고 그 홀에서 칩인 버디를 잡았다. 모리스 헤이든은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메이페어GC에서 잡초를 뽑던 중 옆홀에서 날아온 티샷을 맞은 후 이튿날 사망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제리 켈리는 버라이즌 헤리티지 대회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1라운드 4번홀(길이 193야드)에서 4번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는데,3년전 이 대회 3라운드 때도 같은 홀에서 같은 클럽으로 홀인원을 한 적이 있다.

◆우즈,파4홀서 우드로 세컨드샷

우즈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 7번홀(길이 442야드)에서 스푼을 잡았다. 볼은 붕 떠 190야드 나가는데 그쳤다. 홀까지는 250야드.그는 5번우드로 세컨드샷을 한 끝에 파를 기록했다. 우즈는 3라운드 18번홀(447야드)에서도 5번우드로 세컨드샷을 했다. 우즈가 짧은 파4홀 세컨드샷을 한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드로 한 것은 보기드문 일이다. 장타자 부바 왓슨은 USPGA챔피언십 5번홀(길이 587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이 뒷바람을 타고 445야드나 나갔다. 로브 웨지로 가볍게 2온.그는 셰브론 월드챌린지 때는 페어웨이에서 4번우드로 283야드를 날린 끝에 알바트로스를 기록하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양용은은 US오픈 2라운드를 잊지 못할 듯하다. 8개홀(10~17번)에서 13오버파를 친 끝에 후반 나인 스코어가 49타나 됐기 때문.8개홀 스코어는 '보기-트리플보기-보기-보기-트리플보기-더블보기-보기-보기'였다. 메이저 챔피언이라도 8개홀을 지나는동안 파를 하나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