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새해 역점 사업의 하나로 역외(域外) 탈세에 대한 조사와 적발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국부 유출을 막고 공평 과세를 확립하기 위해 오늘 이 같은 새해 업무 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해외 탈세 기법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규모도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역외 탈세 조사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득이 유리알처럼 공개되는 월급쟁이들과의 형평을 위해서도 역외 탈세는 아예 생각지도 못하게 발본색원하는 게 마땅하다.

그동안 소득을 해외로 빼돌리는 수법은 정교해지는 데 반해 전문인력 부족과 제도 미비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국세청이 지난 5월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4개 기업 및 사주를 조사해 3392억원을 추징한 것도 쉽지 않은 성과였다. 하지만 최근 과세 그물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기 위한 국세청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 탈세를 잡아내기 위한 여건은 한결 나아졌다.

우선 스위스와 체결한 조세조약에 금융정보교환 규정을 추가하는 등 외국과의 공조를 대폭 강화하고 해외에 10억원 이상의 계좌를 갖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들을 대상으로 한 신고제도 내년 중 시행키로 했다. 또 역외탈세 경유지나 목적지로 활용되는 지역에 정보수집 요원을 파견하거나 한국계 기업 상황에 정통한 정보원을 고용해 탈세 정보를 수집키로 했다. 과세 인프라를 더욱 보강해야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탈세 유혹을 꺾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해외 탈세 조사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내년에 이 부문에서만 1조원 이상의 세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역외 탈세를 근절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역외 탈세 조사는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목표를 정해놓고 할 일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이 한 푼도 밖으로 새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원칙에 따라 꾸준하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