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높은 5.1%로 28개월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11월 CPI 상승률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10일 밤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올 들어 여섯 번째로 올려 긴축 모드를 분명히 했다. 물가 오름세가 전문가들의 예상치(4.7~4.8%)를 크게 웃돌면서 긴축 기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 얼마나 오를까

中, 지준율 올해 1~2회 더 올릴 듯…금리는 내년 초 인상 유력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일 CPI가 크게 오른 것이 식품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1.7%나 뛴 식품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 원인의 74%를 차지했다"(청라이윈 국가통계국 대변인)는 지적이다. 식품 가격은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으며,야채와 계란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다.

청라이윈 대변인은 "마늘 등의 비축물량 방출과 식용유 가격 동결로 지난달 말부터 식품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이달 들어서는 10%가량 하락세를 보여 전체적인 물가는 통제되고 있으며 다음 달 CPI 상승률은 5%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부의 효과,2010년 과잉 유동성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까지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무서운 기세로 올랐다. 2006년 1.5%였던 CPI 상승률은 2007년 월평균 4.8%로 뛰었다. 2008년 3월부터는 석 달 연속 8%대 상승률로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연간 5.9%의 오름세를 보였다. 당시 물가상승의 배경에는 주식시장의 활황이 큰 요인으로 꼽혔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선에서 6000선까지 급등하면서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발생,자동차 등의 소비 붐이 일어났다. 2007년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를 여섯 차례 인상,6.12%에서 7.47%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번엔 유동성 과잉이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19조위안이 넘는 돈이 경기부양과 신규 대출로 풀렸다. 물가 급등기인 2007년 16%대에 머물렀던 M2(광의의 화폐) 증가율이 올해엔 월평균 20.9%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무역흑자도 11월 말까지 248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하는 등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다.

◆금리 인상 예상되나 경착륙이 걱정

우샤오룽 전 인민은행 부총재는 11일 "전 세계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중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핫머니를 자극해 돈이 몰려들 것"이라며 금리 인상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처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엔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는 경제성장률이 13%로 과열 국면이었지만 올해는 경착륙을 걱정하는 처지다.

그러나 지난달 CPI 상승률이 5%를 돌파,금리 인상 불가피론이 강해진다. 예금금리가 2.5%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2%와 큰 격차를 보이며 실질금리도 마이너스 상태에 빠져들었다.

추훙빙 HSBC은행 연구원은 "올해 한두 차례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과 내년 초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돈을 환수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유동성 환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중한경제연구소 여철영 소장은 "긴축을 강화하긴 하겠지만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고 경기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실행될 것"이라며 "긴축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