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년간 산업정책 수립 · 집행에 매진해온 경제관료가 산업단지의 발전방향을 다룬 책을 펴냈다.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57 · 사진)은 최근 '다시,산업단지에서 희망을 찾는다'(박영사)라는 단행본을 발간했다. 총 260쪽 분량의 이 책은 산업단지의 개념과 역사를 짚어보고,향후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1975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상공부,산업자원부,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얻은 산업정책에 대한 의견과 현장경험도 곁들였다.

그는 책을 쓰게 된 이유를 '국가경제 기여도에 비해 홀대받는 산업단지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1960년대 초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산업단지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는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일하기는 싫어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산업단지를 '기름냄새 나고 칙칙한 공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전체 제조업 생산의 60%,고용의 40%를 산업단지가 책임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고용,생산,수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이 산업단지"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산업단지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고용창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른바 '제조업 한계론'이 확산된 탓"이라며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제조업을 재조명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산업단지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산업단지에 몸담고 있는 젊은 인력들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재교육 기회를 원한다"며 "산업단지에 대학 캠퍼스를 유치하는 산 · 학융합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변변한 주차공간,문화시설이 없는 전국 산업단지를 일하고 싶은 선진국형 산업밸리로 만들어야 한다"며 "내년 지식경제부와 함께 추진하는 'QWL(Quality of Working Life) 밸리'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 제목에서 언급한 '희망'은 무엇일까. 그는 "산업단지가 왁자지껄하고 활기가 넘쳐야 대한민국 경제가 잘 된다"며 "전국 800여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기업인,근로자들이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