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기업의 인수 · 합병(M&A)을 결혼에 비유하기도 한다. 결혼은 두 사람 간 연애기간의 끝이자 새로운 동거생활의 시작이다. 사실 커플이 만나서 결혼에 골인하기까지도 어렵지만 결혼식을 올린 이후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적응이 잘 안 돼 결국 파경을 맞는 커플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간혹 우리는 상대방이 너무 마음에 들어 결혼이 하고 싶은 나머지 자신의 경력을 속이거나 자신에 관한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 결혼에 이르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력이나 경력을 속였다는 사실을 결혼 후에 알게 되는 경우 이를 당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배신감은 상당하다. 많은 경우 이것이 발단이 돼 이혼에 이르기도 하고 남만도 못한 사이로 전락하기도 한다.

M&A가 결혼이라면 결혼 이후의 생활은 PMI(post merger integration),즉 기업의 통합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성공적인 M&A가 성공적인 PMI를 보장하지는 못하므로 그럴수록 기업들은 투명하고 솔직한 자세로 M&A에 임해야 한다. M&A 이후에 문제가 불거지면 PMI가 힘들어지고 결국은 관계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갈등은 자꾸만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단 현대그룹의 승리로 끝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곧이어 자금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프랑스의 나티시스은행에 있는 자금 1조2000억원의 정체에 대해 상당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가 아직 이렇다 할 답을 안 주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것들만 보면 문제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는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대출 확인서가 나티시스은행장 명의가 아닌 나티시스은행의 자회사 넥스젠 파이낸셜홀딩스가 소유한 넥스젠캐피털과 넥스젠재보험의 등기이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의 주장처럼 나티시스은행에서 보증한 대출 확인서가 아니고,제3자가 개입한 무리한 차입 계약이었거나 부족한 부분은 제3자가 보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애초 채권단의 인수금액 평가시 감점 요소이거나 인정받지 못할 충분한 소지가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언론에서는 최종 협상에 실패한 독일의 M+W그룹의 모기업인 스툼프그룹에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키로 했었다고 보도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의도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 자금은 은행이 정상적으로 대출한 자금이라기보다는 무언가 복잡한 이면계약에 의해 조달된 자금으로서 은행은 이들 자금의 창구 수준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금융위원장도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는 바 이는 향후 진행과정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양에서는 결혼식을 치를 때 주례 목사가 마지막으로 이 결혼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얘기를 하라고 언급한다. 행복한 결혼이 되려면 모든 정보를 솔직하게 남김없이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에 대한 사랑은 누가 보아도 상당하다.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함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감정과 함께 이성도 중요하고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가운 머리도 필요하다. 열정만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