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환골탈태'가 시작된다.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 설립 · 운영에 관한 법률'이 8일 국회 본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서울대가 정부 조직에서'기업형' 조직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직선제가 폐지돼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임하고,총장은 정부 간섭 없이 예산 · 인사 · 조직 분야에서 자유롭게 대학을 경영할 수 있게 됐다. 교직원들도 공무원 신분에서 민간인으로 바뀐다. 1946년 국내 최초의 국립 종합대로 설립된 서울대가 64년 만에 '국가 경영'에서 '독립 경영'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하는 것이다. 서울대 법인화를 계기로 다른 국립대 법인화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법인은 2012년 공식 출범한다.

◆왜 법인화하나

서울대는 정부 조직이 갖는 경직성 때문에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산을 탄력적으로 쓸 수 없는 데다 교직원 채용 및 인사와 조직 개편 등에서도 제약이 많다. 법인으로 운영 중인 KAIST와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과 비교해 서울대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 타임스-QS' 대학평가 순위를 보면 최근 4년간 포스텍은 121단계,KAIST는 53단계 뛰어올랐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각각 61단계와 45단계 상승했다. 반면 서울대는 50위권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독일 등 해외 주요국도 국립대 법인화를 통해 대학과 국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서울대가 '세계 톱10' 대학으로 발돋움하려면 정부 규제와 지침에서 벗어나 독립경영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서울대 법인화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처음 제안된 이후 역대 정부가 모두 추진했지만 학내 구성원 및 야당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공무원 조직에서 독립법인으로

서울대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공무원 조직에서 독립적인 특수법인으로 바뀐다. 민간 기업처럼 이사회가 생겨 간선제로 총장을 선임한다. 이렇게 되면 경영 능력을 갖춘 인물을 총장으로 뽑고 외부 인사도 영입할 수 있다. 직선제의 폐해가 없어지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총장은 한 해 예산 1조2000억원(2010년 기준)을 집행하고 3480여명의 교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등 권한이 세진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의결기구인 이사회(7~15명)의 절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채우도록 해 견제장치도 갖췄다. 교과부 관계자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서울대가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개방형 경영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교직원들의 신분은 공무원에서 민간인(법인 직원)으로 바뀐다. 연공서열 중심의 획일적인 보수 체계를 탈피,차등 연봉제 등 성과급제 도입이 쉬워질 전망이다.

◆예산 · 인사 · 조직 자율권 확보

정부의 재정지원은 계속 받으면서 대학 운영은 자율적으로 하게 된다. 서울대가 보유 · 관리하고 있는 국 · 공유 재산 및 물품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양여한다. 관악 · 연건(종로) · 수원 등 3개 캠퍼스 부지와 수목원,부속학교,연구소 등 총 2조1000억여원에 달하는 국가 자산 중 상당 부분을 무료로 받을 전망이다. 박명진 서울대 부총장은 "법인화 후 재정 확충은 국유 재산을 얼마나 양도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법인화 이후에도 서울대에 인건비와 시설비,운영비 등을 매년 총액으로 지급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재정 규모는 2011년부터 5년간 1조8821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확보한 예산은 정부의 허가와 승인없이 법인 이사회와 총장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집행하게 된다. 수익사업이 허용되고 기채나 장기차입 등을 통한 자금 확보도 가능해진다. 조직을 자유롭게 만들거나 없앨 수도 있다. 현재는 교직원을 채용할 때 국가공무원법,교육공무원법 등에 따라 제약을 받지만 앞으로 대학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