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투 트랙(two-track)'으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감액 심사는 국회본청 638호 계수조정소위원회 회의실에서 이뤄졌지만 증액 심사는 본청 2층의 '235-1호실'과 기획재정부 대기실(220호실과 221호실 사이 임시공간)에서 별도로 이뤄진 것이다. 통상 계수조정소위에서 감액 심사를 한 뒤,증액 심사에 들어가는 절차를 벗어난 이례적인 상황을 거친 셈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달 1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각 정당으로부터 증액 요청 사업에 대한 리스트를 받아 심사를 해왔다"면서 "최종적으로 어제(7일) 저녁까지 여야로부터 증액요청을 모두 받아 오늘 예산안을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놓고 국회에서 거친 몸싸움을 벌였지만,예산안의 회기 내 처리를 위해서는 감액과 동시에 증액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협조한 것이다. 특히 야당은 겉으로는 예산안 날치기 절대 불가를 외치면서도 내심 지역구 예산증액을 관철시켜 챙길 것은 다 챙기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셈이다.

실제로 계수조정소위가 열렸던 지난달 9일부터 14일까지 소속 여야 의원들은 회의 중간에도 각당 동료 의원들로부터 증액사업 목록과 예산 필요성 등을 적은 쪽지와 메모지,자료들을 전달받아 쉴새없이 본청 2층 사무실로 전달했다. 본청 2층의 두 개 사무실에는 130여명의 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이 24시간 대기하며 의원들의 민원을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계수조정소위 활동을 하지 않은 지난해의 경우 정부로부터 한나라당은 5000억원,민주당은 3000억원,비교섭단체는 1000억원의 백지수표를 받아 지역구 민원사업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 내에 감액과 증액을 모두 마쳤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는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