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김정은에 대한 반감 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7일 "북한과 교류하는 중국 사업가 및 중국 관리들에 따르면 평양에서도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북한 경제사정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조 연구원은 지난달 말 북한 나진 · 선봉 지구 접경지대를 닷새 동안 둘러봤다.
그는 "과거 어려울 때도 평양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당과 군의 간부를 제외하고 평양의 일반 시민들은 생필품과 같은 물자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의 배급이 줄어들고 국영 상점을 통한 상품 공급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시장을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거래물품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진 · 선봉 지구는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어 산업용은 수시로 단전되고 가정에는 거의 공급이 끊긴 상태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전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정일-김정은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배급망이 무너지자 주민에 대한 당의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주민들 사이에 김정은을 두고 '지까짓 게 뭔데'하는 차가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군과 당의 핵심간부들은 3대 세습을 추종하지만 그 밑 하급 간부들은 김정은을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당과 군의 원로들도 불만을 직 ·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대북정책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경제의 악화는 2009년 6월 유엔의 대북제재 '안보리 결의 1874호',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 정부의 '5 · 24조치'등 일련의 대북제재 조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조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달러 유입이 막혀 물자를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마저 예전과 달리 경제 지원에 미적거리고 있어 북한의 경제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