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는 가운데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처음 연 3%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금리지표가 되는 국고채 지표물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착시지만 발행액 부족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7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22%포인트 급락한 연 2.89%로 마감됐다. 하지만 5년물 국고채는 연 3.86%로 오히려 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10년물과 20년물은 1~3bp 하락하는 데 그쳤다. 3년물 금리만 유독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지표물 교체 과정에서 발행 물량이 적은 신규 채권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채권시장 지표물은 2013년 6월 만기인 '10-2호'에서 전날 발행된 2013년 12월 만기 '10-6호'로 교체됐다. 3년 만기 국고채는 6개월 단위로 통합 발행되기 때문에 매년 6,12월에 지표가 되는 채권이 바뀐다.

문제는 전날 신규 발행된 10-6호의 물량이 4000억원에 불과해 지표물에 대한 시장 수요를 모두 소화하지 못한 데 있다. 지표물은 장내에서 호가를 제공하는 20개사의 '프라이머리딜러'(PD) 수요만도 한 곳당 최소 200억원에 달한다.

허관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전날 신규 발행물량을 낙찰받은 PD가 10곳에 불과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기관들의 매수세가 일시에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조성 의무가 있는 PD들은 타 기관이 호가를 내놓을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싼 가격에라도 채권을 추가 매수해야 한다.

여기에 일부 투기적인 수요가 더해지면서 가격 왜곡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매월 국고채를 초과 발행한 탓에 이번 달에는 발행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신규물인 10-6호는 구조상 한동안 금리 하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허 차장은 "기존 지표물이었던 10-2호는 이날 오히려 연 3.14%로 전일 대비 상승했다"며 "당분간은 지표금리뿐 아니라 만기가 다른 채권들의 금리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팀장은 "10-2호도 내년 6월까지는 국채선물 바스켓 구성 종목으로 유지돼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왜곡이 장기화될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