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계획 공시 후 주가 급락으로 증자를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증자를 통한 투자에 차질을 빚어 기업의 중장기적인 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장 후 처음으로 지난달 19일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던 후성은 이틀간 주가가 11.32% 하락하자 이달 3일 증자 계획을 취소했다. 후성 측은 "투자자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국내 상장 중국 기업 중 최초로 지난달 5일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던 중국원양자원도 나흘 만에 증자를 철회했다. 증자 발표 후 이틀 연속 주가가 하한가를 치며 27.23% 급락했기 때문이다. 중국원양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데다 주가 급락으로 조달할 예정이었던 자금을 채우기도 힘들 것으로 보여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상증자 철회가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인도네시아에 어업전진기지를 세울 예정이었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

후성은 1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철회로 미국의 2차전지 소재기업 노볼라이트사와의 합작사 설립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회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투자계획"이라며 "꼭 필요한 증자를 못한데 따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