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장 손님 절반으로 줄었지만…베트남 증시 바닥치고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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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증권사 객장 가보니
불안했던 물가·환율 안정세
"회복 확신 들지만 시간 걸릴 것"
불안했던 물가·환율 안정세
"회복 확신 들지만 시간 걸릴 것"
2007년 6월 이후 3년 반 만에 기자가 찾은 베트남 호찌민시 증권사 객장은 한결 차분한 분위기였다. 지난 6일 오후 시내 중심가 EPS증권 본사 영업점엔 대여섯명의 고객들만 직원들과 상담 중이었다. 이미 거래시간(오전 8~11시)이 끝난 탓도 있었지만 호황기였던 3년 전 장마감 후에도 수십명의 고객들로 북적이던 것과는 딴 판이었다.
이 증권사 쩐 쿠앙 이사는 "작년 10월 비나(VN)지수가 600선을 넘을 때만 해도 하루 평균 100여명의 고객들이 객장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절반인 50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VN지수는 올해 6%가량 떨어졌고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5000억동(약 870억원)으로 작년보다 13% 감소했다. 10억동(5820만원)을 투자했다는 30대 투자자 손 당씨는 베트남 증시에 대해 "싸다는 생각은 들지만 언제 회복할지는 확신을 못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증시에도 서서히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인다. VN지수는 지난달 22일 연중 최저인 420선까지 밀린 후 6일 460선을 회복하며 열흘 새 10% 이상 올랐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리서치팀장은 "동화 절하와 물가상승 부담으로 자금이 금과 달러 시장으로 몰린 반면 외국인은 베트남 증시에서 작년보다 4배 이상 많은 12조동(69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중 외국인 비중은 15%로 작년 말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와 비슷한 7%대에 이르고 불안하게 움직였던 환율과 물가가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 정부와 거래소도 증시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쩐 닥신 호찌민거래소 이사장은 "정부는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물가와 은행 금리를 낮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일일재매매와 1인 다계좌 허용 등 증권거래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며 베트남전력공사 모비폰 등 외국인이 관심을 갖는 우량 국영기업들의 상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호찌민거래소에는 현재 270개 기업이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은 610조동(36조원)에 이른다.
쩐 이사장은 "한국의 베트남펀드가 손실을 입고 있지만 수익률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며 "베트남 증시는 다른 동남아에 비해 싸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인데 비해 베트남 PER은 현재 10배에 머물고 있다.
다만 증시 상승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많다. 윤항진 팀장은 "내년 VN지수 예상 범위는 450~550선"이라며 "1월 공산당 전당대회와 설 연휴를 앞두고 반등이 나타난 후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찌민=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