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에 대한 집착은 서양도 만만치 않다.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는 경우도 흔했다. 19세기 프랑스 생리학자 샤를 에두아르 브라운 세카르는 번식력 뛰어난 기니피그와 개의 고환을 으깬 용액을 자신에게 주사해 젊은 시절의 스태미너와 지적 능력을 되찾았다고 우겼다. 그는 '돌팔이'가 아니라 내분비학 계통에서 알아주는 학자였다. 오이게네 슈타이나흐라는 오스트리아 생리학자는 정관을 묶어 남성 호르몬을 보존하면 회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방중술의 고전 '소녀경(素女經)'에 나오는 '접이불루(接而不漏)'기법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섣불리 시도하다간 전립선 울혈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현대 의학은 해석한다.
세르게이 아브라하모비치 보로노프라는 외과의사가 회춘의학 선구자로 떠오른 이유는 더 야릇하다. 원숭이 고환을 수백명의 남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한 덕이었다. 회춘을 위해 이렇게 터무니없는 실험들이 숱하게 행해져 왔다. 아직도 해외여행에서 뱀 쓸개나 해구신 파는 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늙은 쥐를 젊어지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생식능력이 없는 건 물론 털이 빠지고 뇌 크기는 75%로 줄어 인지기능도 뚝 떨어진 노인쥐를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짧아지는 텔로미어(염색체 끝에 있는 DNA)를 재생하기 위해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를 투입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몸에 털이 나고 뇌 크기가 정상화되면서 인지 기능이 회복됐다. 생식능력도 살아나 새끼까지 낳았단다.
그동안 회춘에 특효라는 약이나 비법은 대체로 비슷한 길을 갔다. 한동안 주목받다가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거나 효과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텔로머라아제 요법 역시 사람에게 적용할 만큼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세포 증식을 자꾸 일으켜 암을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