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단독인터뷰 전문] "망국적 포퓰리즘 총력 저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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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서울 서소문동 시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인터뷰를 갖고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조례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망국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인 무상급식을 저지할 마지노선”이라며 “서울에서 막아내지 못하면 전국에서 무상급식이 기정 사실화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지난 1일 무상급식 조례안을 기습 처리한 데 항의하기 위해 2일 하루 연가를 내고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를 전면 중단했다.다음은 지면관계상 모두 싣지 못했던 인터뷰 전문.
▶민주당 시의원들이 통과시킨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했는데.
“무상급식은 지난 선거 때 민주당이 반짝 재미를 봤던 일종의 프로파간다(선전) 도구다.선거 때는 사회 분위기가 공약을 조목조목 따져보기 어렵긴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에 곧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최근 여론조사를 하면 무상급식 대상에서 부유한 학생들은 빼야 한다는 의견이 60%를 넘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이토록 무리하게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속뜻은 뭐겠나.내후년 총선을 의식한 인기영합적 행동이다.민주당측이 무상급식을 보는 속은 너무 시커멓다.겉으로는 ‘아이들한테 밥 한끼 주려는데 인색하게 군다’며 감성적으로 접근하지만 속에는 표 계산하는 생각이 잔뜩 들어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서울의 갈등이 깊은 것 같다.
“포퓰리즘적인 무상급식을 막기 위한 분수령이 되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서울 전선에서 이걸 방어해내지 못하면 무상급식은 전국적으로 기정사실화 돼버릴 것이다.무상급식은 전국 학생에 똑같이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하는 복지정책 아닌가.이번에 통과된 무상급식 조례안은 포퓰리즘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이렇게 밀어붙여 고비를 넘기면 내후년 총선때 엄청난 포퓰리즘 공약이 더 나올 것이다.이걸 서울시에서 막지 못하면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무상급식 전면 도입을 절대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에서는 아무리 규모가 작은 사업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 시범 실시한 다음 확대하는 것이 정형화된 절차로 돼 있다.그런데 난데없이 내년에 전부 다 하자는 것 아닌가.서울에는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급식 시설과 인적 조직이 준비돼있지 않은 학교가 대단히 많다.
기반을 모두 갖추려면 지금 책정된 예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써야 된다.아마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다.전제조건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더더욱 시범사업이 필요한 것이 상식적인데 그냥 전면 실시하자는 것이다.오랫동안 대화를 통해 ‘갑자기 전면 실시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충분히 설득했다.”
▶원래 젠틀(gentle)한 이미지인데 시의회와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강경해 보인다.
“사실 그동안 참 많이 참았다.저쪽에서 저의가 뻔히 읽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해 부족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해뱃길 사업과 관련된 양화대교 상판 철거공사를 보더라도 그렇다.이미 예산이 반영돼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공사를 중단하면 투자했던 예산이 사장되면서 멸실재산이 발생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는 희생하고 맞춰줬다.
시의원들은 한때 우리가 만나자고 해도 시간 없다고 안 만나주던 때도 있었다.직접 만나면 지역구 사업이 각개격파를 당할 수 있다나.그래도 참아가면서 상임위별로 돌아가며 대화하고 필요한 경우엔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했다.출입기자들도 그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한다.속이 뻔히 들여다보이고 저의가 읽혀도 ‘우리 정책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면 이해해줄 날이 오겠지’라 생각해서 정말 많은 대화 노력을 했다.”
▶무상급식 조례안에 위법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는데.
“무상급식 조례안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명백한 불법 조례다.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강제하는 내용은 상위법에 어긋나고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그런 조례를 통과시키면 법원으로 가지 않을 수 없으니 무리하게 통과시키지 말아달라고 의장단에도 아주 간곡하게 부탁을 했었다.제가 직접 안해도 정무라인 통해 여러 차례 간곡하게 요청했고 워닝(경고)도 했다.
제가 갑자기 이러는게 아니다.근데 보란듯이 통과시켜 버렸다.이젠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서 막겠다고 했는데 어떤 권한을 말하나.
“제가 직접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씀드리는 것은 곤란하다.”
▶시장으로서 법적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 걸 제 입으로 말하기 시작하면….저쪽에선 지금 뭔가 빌미를 잡고싶어하는데 허점만 보일 뿐이다.그런 의지를 보였다고만 이해해 달라.”
▶최악의 경우는 소송으로 갈 수 있나.
“그렇다.”
▶법률적 검토도 하고 있나.
“하고 있다.”
▶시장이 재의를 요구해도 민주당 시의원들은 재의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내가 시장직에 있는 한 어떤 경우에도 무상급식 예산은 편성하지 않는다.”
▶무상급식 예산에서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물적·인적 부분을 말했는데 수치화된 게 있나.
“거의 예측 불가다.어떤 학교는 현대화된 급식시설을 갖고 있는 반면 어떤 학교는 가정집 부엌 같은 곳이 있다.당장 어떻게 환산할 수가 없다.
교육청이 이런 자료를 갖고 있으면 내가 말을 안 하는데.없다.급조된 정책이기 때문에 그렇다.학교마다 평균 급식지원비를 설정해서 2천 몇백원으로 계산했다는데 난센스도 그런 난센스가 없다.일선 학교에선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교사들이 크게 걱정한다.”
▶무상급식 관련 예산은 어디 쓰여야 하나.
“여론조사를 해 보면 최고 순위로 거론되는게 학교 안전이다.범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애들 학교 보낼수 있게 해달라는게 1순위다.또 공교육이 부실해지면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니 방과후학교도 강화해달라는 게 많은 요청이다.
현장 다니며 들어보면 우리 애들 다니는 학교에 낙후된 시설부터 개선해달라는 요구도 많다.무상급식은 그 다음이다.”
▶여소야대,여대야소 이런 것들은 선거에 따라 언제든지 상황이 달라질수 있다.이런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나
“후우… (깊게 한숨).저는 하도 답답해서 이런 생각까지 해 봤다.이런 경색국면이 벌어졌을 때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다시 선거해서 모두 새로 선출하는 제도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일본은 의원내각제라서 동반 사퇴하고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는 이런 시스템이라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라서 그게 안된단 말이죠.
우리나라 선거는 특히 정권의 중간에 치러질 경우에 지자체 본연의 정책적인 이슈나 미래 비전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중간심판론이 바람을 일으키면 속수무책으로 왔다갔다한다.이때문에 지금처럼 야당이 시의회 4분의 3 이상을 독점해 수의 횡포를 부리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그런 경색국면이 벌어졌을때 시민들의 건전하고 바람직한 판단을 다시 한번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절실하다는 생각마저 든 적이 있었다.”
▶무상급식을 계기로 시의회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 같다.
“무상급식에 관한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민주당 쪽의 전략적인 행보나 전략에 절대 휘둘리거나 말려들면 안 된다.이 부분에 대해선 아무리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양보는 없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도 곧 처리돼야 하는데.
“법정 처리 시한이 정해져있으니 시의회가 통과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시의회가 처리를 안 해주면 어떻게 되나
“그럴 일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해야 될 의무가 있으니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서울시가 한동안 준예산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 그런 얘기를 자꾸 하면 혼란이 생긴다.”
▶대립각이 너무 커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그건 시민 여러분께서 감시의 눈초리로 고민해주셔야 한다.시의회가 무상급식을 볼모로 일상적 예산까지 통과시키지 않고 몽니를 부린다면 유권자의 무서운 눈이 또 있지 않겠나.”
▶어제 이후로 의회쪽과 접촉은 없었나.
“없었다.이젠 더이상 저자세를 유지하지 않는다.”
▶시의회에서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무상급식과 오 시장의 역점사업 사이에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상급식 가지고 타협하지 않는다.서울시가 추진하는 여러 핵심사업에 딴지를 걸어온 이유가 바로 그거다.무상급식을 하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생각한다.그걸 알면서 거기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말 참기 힘든 대표적 딴지는 뭐였나
“민주당은 ‘복지정당’을 자처하면서 노인 복지정책의 총아인 ‘어르신 행복타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다른 지역에서 이미 많은 노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시설인데도 그렇다.저 사람들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말은 그럴싸하게 명분을 만들어 이건 이래서,저건 저래서 반대한다.”
▶시장이 시의회와 시정협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강하게 나온 것은 초유의 사태 아닌가.
“그동안은 여소야대가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럴 일이 있을 수가 없었다.”
▶어제 쉬면서는 뭘 했나.
“이런 결의를 다진 거다.오전에 서울 시내에 있는 산사에 가서 도저히 참을 수 없게 폭압적으로 조례를 통과시킨 민주당 행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되나 생각을 좀 정리했다.”
▶시의회와 협의를 중단하면서 한나라당과는 논의했나.
“그런 것은 있을수 없다.”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시민 여러분께는 호소를 드리고 싶다.모든 정책은 결국 예산으로 나타난다.연말 중차대한 시기에 내년 서울시 예산과 정책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속속들이 들여다보시고 시 예산이 어떻게 짜여져있는지도 좀 봐 주셨으면 한다.민주당 시의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이 어떤 전략적 판단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도 깊이있게 들여다봐주시면 좋겠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오 시장은 “서울시는 망국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인 무상급식을 저지할 마지노선”이라며 “서울에서 막아내지 못하면 전국에서 무상급식이 기정 사실화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지난 1일 무상급식 조례안을 기습 처리한 데 항의하기 위해 2일 하루 연가를 내고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를 전면 중단했다.다음은 지면관계상 모두 싣지 못했던 인터뷰 전문.
▶민주당 시의원들이 통과시킨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했는데.
“무상급식은 지난 선거 때 민주당이 반짝 재미를 봤던 일종의 프로파간다(선전) 도구다.선거 때는 사회 분위기가 공약을 조목조목 따져보기 어렵긴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에 곧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최근 여론조사를 하면 무상급식 대상에서 부유한 학생들은 빼야 한다는 의견이 60%를 넘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이토록 무리하게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속뜻은 뭐겠나.내후년 총선을 의식한 인기영합적 행동이다.민주당측이 무상급식을 보는 속은 너무 시커멓다.겉으로는 ‘아이들한테 밥 한끼 주려는데 인색하게 군다’며 감성적으로 접근하지만 속에는 표 계산하는 생각이 잔뜩 들어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서울의 갈등이 깊은 것 같다.
“포퓰리즘적인 무상급식을 막기 위한 분수령이 되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서울 전선에서 이걸 방어해내지 못하면 무상급식은 전국적으로 기정사실화 돼버릴 것이다.무상급식은 전국 학생에 똑같이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하는 복지정책 아닌가.이번에 통과된 무상급식 조례안은 포퓰리즘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이렇게 밀어붙여 고비를 넘기면 내후년 총선때 엄청난 포퓰리즘 공약이 더 나올 것이다.이걸 서울시에서 막지 못하면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무상급식 전면 도입을 절대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에서는 아무리 규모가 작은 사업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 시범 실시한 다음 확대하는 것이 정형화된 절차로 돼 있다.그런데 난데없이 내년에 전부 다 하자는 것 아닌가.서울에는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급식 시설과 인적 조직이 준비돼있지 않은 학교가 대단히 많다.
기반을 모두 갖추려면 지금 책정된 예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써야 된다.아마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다.전제조건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더더욱 시범사업이 필요한 것이 상식적인데 그냥 전면 실시하자는 것이다.오랫동안 대화를 통해 ‘갑자기 전면 실시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충분히 설득했다.”
▶원래 젠틀(gentle)한 이미지인데 시의회와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강경해 보인다.
“사실 그동안 참 많이 참았다.저쪽에서 저의가 뻔히 읽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해 부족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해뱃길 사업과 관련된 양화대교 상판 철거공사를 보더라도 그렇다.이미 예산이 반영돼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공사를 중단하면 투자했던 예산이 사장되면서 멸실재산이 발생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는 희생하고 맞춰줬다.
시의원들은 한때 우리가 만나자고 해도 시간 없다고 안 만나주던 때도 있었다.직접 만나면 지역구 사업이 각개격파를 당할 수 있다나.그래도 참아가면서 상임위별로 돌아가며 대화하고 필요한 경우엔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했다.출입기자들도 그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한다.속이 뻔히 들여다보이고 저의가 읽혀도 ‘우리 정책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면 이해해줄 날이 오겠지’라 생각해서 정말 많은 대화 노력을 했다.”
▶무상급식 조례안에 위법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는데.
“무상급식 조례안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명백한 불법 조례다.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강제하는 내용은 상위법에 어긋나고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그런 조례를 통과시키면 법원으로 가지 않을 수 없으니 무리하게 통과시키지 말아달라고 의장단에도 아주 간곡하게 부탁을 했었다.제가 직접 안해도 정무라인 통해 여러 차례 간곡하게 요청했고 워닝(경고)도 했다.
제가 갑자기 이러는게 아니다.근데 보란듯이 통과시켜 버렸다.이젠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서 막겠다고 했는데 어떤 권한을 말하나.
“제가 직접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씀드리는 것은 곤란하다.”
▶시장으로서 법적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 걸 제 입으로 말하기 시작하면….저쪽에선 지금 뭔가 빌미를 잡고싶어하는데 허점만 보일 뿐이다.그런 의지를 보였다고만 이해해 달라.”
▶최악의 경우는 소송으로 갈 수 있나.
“그렇다.”
▶법률적 검토도 하고 있나.
“하고 있다.”
▶시장이 재의를 요구해도 민주당 시의원들은 재의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내가 시장직에 있는 한 어떤 경우에도 무상급식 예산은 편성하지 않는다.”
▶무상급식 예산에서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물적·인적 부분을 말했는데 수치화된 게 있나.
“거의 예측 불가다.어떤 학교는 현대화된 급식시설을 갖고 있는 반면 어떤 학교는 가정집 부엌 같은 곳이 있다.당장 어떻게 환산할 수가 없다.
교육청이 이런 자료를 갖고 있으면 내가 말을 안 하는데.없다.급조된 정책이기 때문에 그렇다.학교마다 평균 급식지원비를 설정해서 2천 몇백원으로 계산했다는데 난센스도 그런 난센스가 없다.일선 학교에선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교사들이 크게 걱정한다.”
▶무상급식 관련 예산은 어디 쓰여야 하나.
“여론조사를 해 보면 최고 순위로 거론되는게 학교 안전이다.범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애들 학교 보낼수 있게 해달라는게 1순위다.또 공교육이 부실해지면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니 방과후학교도 강화해달라는 게 많은 요청이다.
현장 다니며 들어보면 우리 애들 다니는 학교에 낙후된 시설부터 개선해달라는 요구도 많다.무상급식은 그 다음이다.”
▶여소야대,여대야소 이런 것들은 선거에 따라 언제든지 상황이 달라질수 있다.이런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나
“후우… (깊게 한숨).저는 하도 답답해서 이런 생각까지 해 봤다.이런 경색국면이 벌어졌을 때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다시 선거해서 모두 새로 선출하는 제도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일본은 의원내각제라서 동반 사퇴하고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는 이런 시스템이라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라서 그게 안된단 말이죠.
우리나라 선거는 특히 정권의 중간에 치러질 경우에 지자체 본연의 정책적인 이슈나 미래 비전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중간심판론이 바람을 일으키면 속수무책으로 왔다갔다한다.이때문에 지금처럼 야당이 시의회 4분의 3 이상을 독점해 수의 횡포를 부리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그런 경색국면이 벌어졌을때 시민들의 건전하고 바람직한 판단을 다시 한번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절실하다는 생각마저 든 적이 있었다.”
▶무상급식을 계기로 시의회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 같다.
“무상급식에 관한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민주당 쪽의 전략적인 행보나 전략에 절대 휘둘리거나 말려들면 안 된다.이 부분에 대해선 아무리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양보는 없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도 곧 처리돼야 하는데.
“법정 처리 시한이 정해져있으니 시의회가 통과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시의회가 처리를 안 해주면 어떻게 되나
“그럴 일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해야 될 의무가 있으니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서울시가 한동안 준예산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 그런 얘기를 자꾸 하면 혼란이 생긴다.”
▶대립각이 너무 커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그건 시민 여러분께서 감시의 눈초리로 고민해주셔야 한다.시의회가 무상급식을 볼모로 일상적 예산까지 통과시키지 않고 몽니를 부린다면 유권자의 무서운 눈이 또 있지 않겠나.”
▶어제 이후로 의회쪽과 접촉은 없었나.
“없었다.이젠 더이상 저자세를 유지하지 않는다.”
▶시의회에서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무상급식과 오 시장의 역점사업 사이에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상급식 가지고 타협하지 않는다.서울시가 추진하는 여러 핵심사업에 딴지를 걸어온 이유가 바로 그거다.무상급식을 하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생각한다.그걸 알면서 거기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말 참기 힘든 대표적 딴지는 뭐였나
“민주당은 ‘복지정당’을 자처하면서 노인 복지정책의 총아인 ‘어르신 행복타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다른 지역에서 이미 많은 노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시설인데도 그렇다.저 사람들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말은 그럴싸하게 명분을 만들어 이건 이래서,저건 저래서 반대한다.”
▶시장이 시의회와 시정협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강하게 나온 것은 초유의 사태 아닌가.
“그동안은 여소야대가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럴 일이 있을 수가 없었다.”
▶어제 쉬면서는 뭘 했나.
“이런 결의를 다진 거다.오전에 서울 시내에 있는 산사에 가서 도저히 참을 수 없게 폭압적으로 조례를 통과시킨 민주당 행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되나 생각을 좀 정리했다.”
▶시의회와 협의를 중단하면서 한나라당과는 논의했나.
“그런 것은 있을수 없다.”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시민 여러분께는 호소를 드리고 싶다.모든 정책은 결국 예산으로 나타난다.연말 중차대한 시기에 내년 서울시 예산과 정책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속속들이 들여다보시고 시 예산이 어떻게 짜여져있는지도 좀 봐 주셨으면 한다.민주당 시의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이 어떤 전략적 판단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도 깊이있게 들여다봐주시면 좋겠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