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해 사장 승진자 9명 중 1년차 부사장 5명을 깜짝 발탁했다. 지난해 57.9세이던 삼성 사장단 평균 연령이 55.8세로 낮아질 만큼 '젊은 삼성'에 걸맞은 진용을 갖췄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전자 부문에서는 비메모리 출신,비엔지니어 출신을 반도체 담당 사장에 선임하며 세대 교체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진한 성적을 보여온 금융 계열사에는 세계 1위 글로벌 성공 경험을 갖춘 전자 출신들을 배치해 큰변화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젊은 삼성' 이끌 새 진용

올해 사장 승진자들의 평균 연령은 51.3세로 파격 인사가 있었던 지난해보다도 2년 이상 젊어졌다. 이로 인해 삼성 사장단 전체 평균 연령도 55.8세까지 낮아졌다. 40대 초반인 이재용 · 이부진 사장뿐만 아니라 고순동 삼성SDS 신임 사장(52),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신임 사장(53),김재권 삼성LED 신임 사장(55) 등 1년차 미만 부사장 5명을 발탁했기 때문이다. 김재권 사장은 임원 승진 9년 만에 사장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글로벌 기업에서 업무 경험을 쌓은 외부영업 인사들의 약진도 주목된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AT&T 출신의 우남성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시스템LSI담당(57) 신임 사장,IBM 출신의 고순동 삼성SDS 신임 사장 등이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카드의 구원투수로 자리를 옮긴 최치훈 사장(53)도 GE에서 업무경험을 쌓은 해외파다.
◆세대 교체 거센 전자 계열사

가장 젊어진 조직은 전자 계열사들이다. 삼성전자 사업부장급 사장의 이동이 없어 외형 변화가 커 보이지는 않지만 젊은 신임 사장들이 주요 사업 담당과 계열사에 포진하면서 앞으로 세대 교체를 주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담당을 맡은 우남성 사장은 회사의 주력인 D램 사업을 거치지 않은 인물로는 처음으로 사장에 올랐다. 우 사장이 주도해온 스마트폰용 중앙처리장치(CPU) 등 비메모리를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메모리사업담당에 오른 전동수 신임 사장(52)도 기술보다는 경영전략,상품기획 등을 맡아왔다. 이윤우-진대제-황창규 등으로 이어온 메모리 출신 엔지니어 중심에서 비메모리,전략담당 등이 반도체 분야 신흥 주도세력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삼성SDI,삼성LED,삼성SDS 등 전자 부문 주력 계열사들은 조수인 사장(54),박상진 사장(57),김재권 신임 사장,고순동 신임 사장 등 50대 중반의 젊은 수장들로 완전히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금융 유화부문 CEO 교체폭 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 변화는 금융,카드 쪽 사업과 거의 연관이 없는 최치훈 사장을 삼성카드 대표에 기용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그룹사 중 글로벌화 등에서 가장 부진했던 금융 계열사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으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삼성의 프린터 사업을 세계 2위권에 올려놓은 최 사장의 리더십을 삼성카드에 접목하길 기대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험을 갖춘 중국본사 박근희 사장(57)을 삼성생명 보험부문 사장에 임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임된 반도체 사업부 출신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56)까지 포함하면 삼성 금융 계열사 전면에 전자 출신 사장들이 포진하게 됐다.

4명의 계열사 수장 중 2명을 교체한 화학 부문에서는 대규모 장치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안정적 성장기반을 유지하며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손석원 삼성토탈 신임 사장(57)은 삼성토탈 대산 공장장,삼성아토피나 공장장 등을 역임한 생산 전문가다. 김종중 삼성정밀화학 신임 사장(54)은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출신으로 삼성의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태양전지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