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은행 보험사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ING생명이 굵직한 기업의 퇴직연금을 잇따라 유치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ING생명은 최근 글로벌 기업인 지멘스를 비롯해 오스람코리아 루프트한자 후지제록스 등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달 현재 265개 기업을 가입 고객으로 확보했다.

파스 샤머 한국ING생명 기업연금 담당 상무(사진)는 "모기업인 ING그룹은 이미 40여년간 세계 20개국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로 활약하며 가입자만 4000만명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퇴직연금 컨설팅 기법을 한국에 그대로 들여온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ING는 중부 유럽지역 퇴직연금 시장에서 1위,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체계적인 가입자 교육

ING생명이 퇴직연금 사업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점은 가입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다. 우선 ING 퇴직연금을 선택한 기업의 근로자에게 1 대 1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샤머 상무는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퇴직 이후 매달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경제적 상황,퇴직 시기,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개인별로 맞춤형 설계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은퇴자금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금융자산 등을 합쳐 퇴직하는 마지막 달에 받는 급여의 70% 수준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가입자에 대한 교육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매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교육을 실시하고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샤머 상무는 "ING생명 퇴직연금에 가입한 고객이 아니더라도 요청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교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통합서비스 제공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무법인 '대유'와 제휴를 맺고 ING의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에 인사관리 노무관리 노사관계 복리후생 등 인적자원관리 전반에 걸쳐 공인노무사들이 상시적으로 자문을 한다. 계약 체결 후 1년 단위로 퇴직연금제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성공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플랜 리뷰 리포트'도 작성해준다.

또 내년부터 모든 상장 기업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퇴직연금 회계 컨설팅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IFRS 리포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사 노무 연금계리 회계 세무 등 퇴직연금 전문가 그룹과 함께 퇴직연금제도 전문가인 '플랜 매니저'를 둬 고객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샤머 상무는 "외국계 기업을 위해 영문 홈페이지 및 각종 퇴직연금 자료를 영문으로 제작하고 퇴직연금 전용 콜센터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최적의 포트폴리오 설계

ING생명은 '자산부채멘토(Asset Allocation Mentor)' 시스템을 통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는 고객의 목적에 적합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설계하는 것이다.

퇴직연금 상품 구성은 크게 원리금 보장형(금리연동형 이율보증형)과 실적배당형(국내채권재간접형 라이프사이클 성장혼합형 인덱스혼합형 국내주식형)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상품은 ING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라이프사이클펀드를 들 수 있다.

이 펀드는 투자자가 나이가 들수록 채권 등의 편입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로 돼 있다. 예컨대 주 고객층이 20대인 '라이프사이클 2046 펀드'는 설정 초기에는 자산의 37% 이하를 주식에 투자한 뒤 매년 주식투자 비율을 1%포인트씩 줄여 나간다. 이에 따라 투자 기간이 끝나는 2046년 말에는 대부분의 자산이 채권으로 운용된다.

반면 '라이프사이클 2026 펀드'는 주로 40대 고객을 겨냥해 설정 초기에는 자산 17% 이하를 주식에 투자하고 2026년 말에는 채권으로 대부분 운용되는 상품이다. 30대 고객의 경우 설정 초기 주식투자 비율이 27%에서 시작하는 '라이프사이클 2036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샤머 상무는 "국내 한 보험사의 경우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제시하는 상품의 종류가 무려 360개에 달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ING생명은 엄선한 10개 이내의 상품을 추천해 고객이 자신이 가입한 상품 구조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은 확정기여형(DC)보다 확정급여형(DB)을 선택하는 고객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확정기여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퇴직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확정급여형을,상대적으로 퇴직 시기가 남아 있는 고객은 확정기여형을 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