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인사가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젊은 삼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3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지켜본 한 애널리스트가 내린 평가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삼성그룹주들이 급등하며 무더기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8000원(3.26%) 오른 8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89만7000원까지 오르며 지난 4월 6일 기록한 최고가 87만5000원를 갈아치웠다.

이부진 전무의 두단계를 건너뛴 파격적인 승진 소식에 호텔신라우, 삼성물산우, 호텔신라, 삼성물산 등이 3~8% 가량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에 삼성정밀화학이 1% 가량 오르고 있고 제일기획, 제일모직, 삼성전자우, 삼성증권 등 다른 그룹주들도 1%대 강세다.

삼성그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및 에버랜드 전무를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9명, 전보 7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도 겸하게 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 신수종 사업 본격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사에 대해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대비해서 이재용, 이부진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지배구조 윤곽이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와 앞으로 3~4년간 신수종산업 등 성장 사업 성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종 사업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삼성정밀화학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태양광, 바이오, LED, 2차전지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선 시장에서는 태양광 사업의 본격화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요 공급 체인이 폴리실리콘(삼성정밀화학), 잉곳/웨이퍼(외주:한솔LCD, 일본업체 등), 셀(삼성전자), 모듈(외주:한솔LCD, 에스에너지, 경동솔라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타 주요 소재 및 부품 협력사로는 백시트와 페이스트(제일모직), EVA시트(삼성토탈), 강화유리(삼성코닝정밀소재), 태양광 인버터(삼성전기, 한솔LCD)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삼성전자의 AMOLED 신규라인 증설도 공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AMOLED 시장의 95%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SMD)가 기존의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패드, 노트북 PC용 패널, 40인치 이상의 대형 AMOLED TV용 패널을 조기에 양산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보다공격적인 설비퉂를 단행할 것"이라며 "삼성전자(SMD 포함)는 AMOLED 신규라인에 2010~2013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이 많기 때문에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이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으로 인사 발령 나면서 지배구조가 변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수월한 지배구조 변화 등을 위해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를 상장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삼성SDS 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21.3%와 18.0%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카드가 25.6%, 제일모직, 삼성전기, 삼성 SDI 등 계열사들이 각각 4.0%씩 가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변화 자체는 주가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변화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김효진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