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각 구청이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과 구민회관 34곳 중 1년에 40% 이상 공연 없이 방치되고 있는 곳이 11군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구민회관,노원구 문화예술회관,영등포구민회관 등 구청 공연장들의 가동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5%(약 200일)에 못 미쳤다.

서울시의 시설 리모델링 예산 지원을 받은 후 가동률이 오히려 떨어진 곳도 있다. 예산을 요청했던 2008년보다 낮은 곳은 10개에 이른다. 도봉구민회관은 92%에서 87%,중랑구민회관은 73%에서 65%,강동구민회관은 100%에서 78%,양천구 문화회관은 94%에서 81%로 떨어졌다.

서울시가 구청 문예회관 및 구민회관 건립비와 리모델링 등 비용으로 지원한 금액은 2007~2009년 1541억원에 달한다. 각 구청은 같은 기간 문예회관과 구민회관 운영비로 911억원을 사용했다.

한 구청 소속 문화예술회관 담당자는 "지역 문화회관은 문화 소외지역을 발전시키고 문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건립된다"며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라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동률이 낮더라도 구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비가 투입됐는 데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과 프로그램 미비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내 구청과 함께 공연을 기획한 적이 있다는 공연 관계자는 "대다수의 문예회관들이 공연 프로그램의 구색만 맞추려고 한다"며 "최신식 시설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매년 기기를 교체하는 등 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체장이 업적을 쌓기 위해 관객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공연장을 건립한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사업 구상 때부터 철저한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은 "기존의 문예회관들은 수요가 적은 곳에 지어졌기 때문에 민간 위탁,법인화 등을 해도 가동률을 올리기 힘들 것"이라며 "짓기 전부터 세밀한 수요 조사와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동윤 서울시 문화예술과 주임은 "올해부터 각 구의 문화 관련 예산 지원을 심사할 때 문화예술회관과 구민회관 이용 현황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임현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