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발 유럽 재정위기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850억유로(130조원)의 구제금융안이 확정됐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이번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등을 넘어 벨기에 이탈리아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29일 영국 증시(FTSE100지수)는 전날보다 2.08% 급락한 5550.95로 마감했다. 독일 DAX와 프랑스 CAC40도 각각 2.20%,2.46% 떨어졌다. 윌리엄 스톤 PNC자산관리 수석투자책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화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화 가치도 이날 장중 한때 유로당 1.3064달러까지 밀렸다. 지난 9월21일 이후 2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벨기에의 국채조달 금리가 크게 올라 시장의 우려를 가중시켰다. 이날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23%포인트 오른 4.64%를 기록했으며,스페인과 벨기에 국채 수익률도 각각 0.24%포인트, 0.19%포인트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탈리아가 이날 68억유로어치 국채 발행에 성공했으나 조달 금리가 한 달 전보다 0.5%포인트나 높아진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유럽위원회(EC)는 이날 분석자료를 통해 내년도 유로존 평균 성장률이 올해 성장률 예상치(1.7%)보다 둔화된 1.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리 렌 EC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포르투갈의 경우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줄어들 수 있다"며 "추가 긴축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사진)의 경고까지 나와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스페인을 쉽게 처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방 안에 있는 거대한 코끼리'에 비유하며 "차기 구제금융 대상은 포르투갈이 아닌 스페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페인은 문제가 생길 경우 유럽연합(EU)의 지원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벅찬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월물은 배럴당 1.97달러(2.4%) 오른 85.7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 미국의 소비가 지난해 대비 늘었다는 소식과 유럽의 추운 날씨 전망 등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금 12월 인도분은 유럽 위기설의 영향으로 3.60달러(0.3%) 오른 온스당 13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