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주 KIST 신임 원장 "연료전지·뇌과학 특화된 KIST 만들 것"
"타성에 젖어 있는 KIST를 바꿔 'The only one, THE KIST를 만들겠습니다. "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임 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구소는 미래를 준비하는 기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문 원장은 "지금의 생각과 방식으로는 안 되며 '할 수 있는 과제'에서 벗어나 '해야만 하는 과제'를 추진해 믿음을 줄 수 있는 KIST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언급은 국내 출연연구기관의 맏형격인 KIST에서 그간 벌어졌던 기관 내 잡음 및 연구성과 부진 등을 불식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원장은 "노벨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크리에이티브(창조적인)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다"며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연료전지와 뇌과학을 특화할 분야로 꼽았다. 이를 포함해 국내에서 KIST만이 할 수 있는 특화 분야 2~3개를 임기 내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단식 연구사업단(flagship program) 형태의 대형 연구 · 개발(R&D)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창의적 과학 연구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핵심 연구인력을 중심으로 연구비를 기존 계약식(contract) 지원에서 장려식(grant) 지원으로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첨단 과학을 심화시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첨단 무기와 접목된다"며 "KIST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며 앞으로 안보 연구에도 역량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를 향한 연구소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가 모이고 커 나갈 수 있는 인재 유치 및 육성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주력 분야에 대해서는 임계점까지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 가는 연구소를 위해서는 산 · 학 · 연 등 다른 연구 주체와 조화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개방형 혁신체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국가 R&D 네트워크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정부안이 확정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관련,"모든 출연연이 국과위 소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중요한 것은 출연연구원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고 KIST는 40년 전 설립 당시 그랬듯 앞으로는 출연연구원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원장은 캐나다 오타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기계환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기차,무인항공기를 제작하는 미 에어로버론먼트사와 환경분야 연구소인 인터폴사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KIST 대기연구실장, 환경연구센터장,기술사업단장,강릉분원장,부원장 등을 지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