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12시30분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북한의 포격 이후 사흘 만에 운항이 재개된 인천항~연평도 간 정기 여객선 코리안익스프레스호(정원 322명)는 연평도 주민과 취재진,복구팀 등 30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표가 1시간 만에 매진돼 오후 1시 인천과 덕적도를 오가는 코리아나호(정원 304명)가 긴급 투입됐다.

주민들은 대부분 급히 섬을 빠져나오느라 미처 가져오지 못한 중요 물품을 챙기거나 피해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옷가지 등 생필품을 챙긴 뒤 곧바로 나올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편과 함께 여객선을 탄 김영애씨(53)는 "포격 다음 날 오전 해경 배를 타고 간신히 탈출했다"며 "무섭긴 하지만 깨진 유리창에 종이 박스라도 대려고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포격 당일 어선을 타고 섬에서 나왔다는 고교 3학년생 김민지양(19)은 "인천에서 임시로 학교를 다닐지 몰라 학생증을 가지러 간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무서워서 더 이상 못살겠다"며 영구 이주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연평도에서 4년째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훈식씨(55)는 "섬에 오래 있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에 일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인천으로 나올 계획"이라며 "이번 기회에 섬을 아예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수씨(41)는 "다른 친척들에게는 위험하니까 나 혼자 들어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섬으로 돌아가는 우리는 목숨을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여객선을 아예 띄우지 말든지 아니면 뱃삯이라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임도원 기자 van7691@hanky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