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활한 소통을 통해 통화정책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취지다. 특히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추가매입을 두고 공화당과 외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난관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버냉키 의장이 정기적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방안과 함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공식 발언 수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통화당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을 의장의 입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통화정책 결정과정의 오해를 줄이려는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UBS증권의 드루 마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FRB 의장이 더 많이 소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요 중앙은행 총재 중 통화정책과 경기 전망 등을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갖지 않는 경우는 버냉키 의장이 유일하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는 매번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연 직후 기자회견을 한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분기에 한 차례씩 기자들을 대상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FRB의 기자회견 도입 검토는 FRB의 기능과 역할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 성격이 강하다. 최근 공화당 밥 코커 상원의원(테네시주)과 마이크 펜스 하원의원(인디애나주)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FRB가 물가안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연방준비법에 따라 FRB는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언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고 해서 그의 당초 의도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

웰스파고증권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이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를 다룰 때 정치인들처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FRB는 지난달 15일 가진 비디오콘퍼런스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FRB는 1.6%에서 2%의 물가상승률이 이상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시하면 양적완화 조치 등 이를 달성하기 위한 통화조치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