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접어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일 금메달 소식이 들어와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돌발적 무력행위로 마음은 무겁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찾게 된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은 7.0%에 달한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 우리 경제가 제조업인 2차산업의 발전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제조업은 1% 성장할 때마다 고용은 오히려 0.1% 감소했다고 한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청년층이 선호하는 국가기관 및 대기업의 일자리는 외환위기 이후 40만개,즉 10%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부족분이 25만명에 이른다. 결국 중소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소기업 분야는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의 눈높이와 중소기업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서비스 산업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총부가가치 중 서비스 산업 비중은 57%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OECD 평균은 72%다. 제조업의 나라라는 독일과 일본도 70%에 달한다.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작은 것은 물론이고 구조적인 취약점도 심각하다. 우리 서비스 산업은 도소매,음식점과 세탁소,이미용실 등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높고 의료,법률,회계,금융,디자인,레저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비중이 낮다.

노동시장 수요자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부문에 고용의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젊은이들에게 열악한 환경에 있는 중소기업에 들어가라고 등을 떠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소매업 등 저부가서비스 자영업을 하라고 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공급자 측면에서 보자면,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이 '산업수요와 무관한 고학력 추구'다. 그렇다고 산업수요에 맞는 전문 직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특성화 고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과도한 고학력 경쟁을 해결할 수 없다.

대학진학률이 82%가 넘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대학에서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대학이 전문대학과 유사한 전공 제도를 개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영양학을 공부할 수도 있지만,제빵학을 전공할 수도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각 산업전문가들이 학생의 카운슬러가 돼 그들의 전공 선택을 도와주고,재학 중에 산업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각종 직업의 실험기업을 대학에서 만들어 학생들이 운영하게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예를 들어 제빵기술을 연구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빵가게를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과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재학 시절 공동으로 창업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각종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불어 넣어 주는 일이다. 사실 저부가가치 직업과 고부가가치 직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음식점을 하다가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듯이 변호사라고 해도 모두 고부가가치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직업이든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대학에서 가르치고 각종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특유의 학력 인플레가 오히려 젊은이들이 자긍심을 갖고 각종 직업에서 세계 제일을 꿈꾸는 원동력이 되도록 이제 대학이 나서야 한다.

주인기 < 연세대 교수·경영학 / 아시아태평양회계사연맹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