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외환시장에선 개장 전 공포가 가득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인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 · 달러 선물환율이 치솟아 원 · 달러 현물환율도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선 환율 급등이 우려돼 외환시장이 열리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출발은 우려대로였다.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7원50전 뛴 1175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개장 후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환율은 1160원대로 하락했으며 20분이 흐른 뒤에는 1150원대로 내려왔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북한 도발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이 단기에 끝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이에 따라 행동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개장 전부터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도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다. 정부와 한은은 이날 오전 7시30분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쇼트 커버'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쇼트 커버'란 원화 매수 포지션에서 손실이 우려돼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거래를 말한다. 오히려 환율 급등기를 이용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기업들의 주문이 많았다. 또 외국인이 큰 규모는 아니지만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것도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이에 힘입어 오후장엔 환율이 한때 1130원대로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막판에 생겨나 환율은 결국 전날보다 4원80전 오른 1142원30전에 마감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출렁거릴 수는 있겠지만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1160원 이상으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중국의 긴축,유럽 국가들의 재정 문제,한국 정부의 추가 외국자본 유입 규제책 등의 변수들이 환율을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