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끊기고,먹을 물도 없고,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연평도에 설치된 19개 대피소 시설이 열악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옹진군청 자치행정과에 근무하는 김영국 주무관(39)은 24일 "대피소에는 비상식량은 물론 난방시설과 화장실도 없다"며 "지난해 시멘트 바닥에 팔레트와 5㎜ 두께의 스티로폼을 깔아놨지만 잠을 자기엔 너무 열악하다"고 전했다. 김 주무관은 대피소 시설 현대화 용역사업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연평도를 방문했다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 직전 섬을 떠났다.

연평도 대피소는 1974년부터 1975년까지 2년에 걸쳐 지어졌다. 규모는 1곳당 33㎡(10평).서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민방위 대피 기준(3.3㎡당 4명)에 따르면 40명이 잠시 몸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연평도 대피소를 다 합쳐도 760명만 수용할 수 있어 1700여명의 주민이 대피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김 주무관은 "물도 비치했지만 유통기한이 지나 마실 수 없었고 대피소가 대부분 반지하나 지하 시설이어서 침수도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오랫동안 방치돼 4곳에서만 전기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피소는 적이 공격할 때 잠시 피하기 위한 곳이지만 연평도와 같은 섬에서 민가가 파괴되면 주민들은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