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국제포럼 2010] 伊 베로나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 팔았더니 매년 관광객 700만명 몰려와
"베로나가 사랑의 도시로 알려진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 덕분이죠.이를 이용해 줄리엣의 집에서 결혼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섯 달 만에 80만명의 관광객들을 더 불러모을 수 있었습니다. "

프란체스코 마르키 베로나시 사무총장(사진)은 관광산업에 스토리텔링을 연계했을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베로나시에서 사무총장은 시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이탈리아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도시다. 베로나는 관광대국 이탈리아에서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에 이어 4대 관광도시로 손꼽힌다. 한 해 600만~700만명의 관광객들이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온다.

관광도시 베로나는 최근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야기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크게 성공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마르키 사무총장은 "기존에 유명한 관광지였던 '줄리엣의 집'에서 결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추진했다"며 "'베로나에서 나와 결혼해주세요'라는 이름의 이벤트는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세계인들을 베로나로 끌어왔다"고 말했다. 베로나의 유명 축구선수가 줄리엣의 집에서 결혼식을 갖도록 해주고 이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 페루 홍콩 호주 등 전 세계에서 80만명이 줄리엣의 집을 방문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마르키 사무총장은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뿐 아니라 기혼부부도 와서 사랑을 재확인하는 곳으로 줄리엣의 집이 각인됐다"며 "이 같은 성공에 우리도 놀랄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남원도 유명한 사랑이야기(춘향전)가 있다고 들었다"며 "이 이야기를 활용해 남원의 상징적인 곳에서 유명인이 전통결혼식을 하는 이벤트를 기획해보면 좋을 것"이고 조언했다.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레터 투 줄리엣'이 베로나에서 제작됐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베로나에서 개봉한 것도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베로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만 있는 게 아니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베르디와 푸치니의 오페라도 베로나로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해마다 오페라페스티벌이 열리는 여름이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은 야외 오페라하우스인 '아레나 디 베로나'로 몰려든다. 연간 120만명의 관광객이 아레나를 찾는다. 서기 30년께 지어진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을 야외 오페라하우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마르키 사무총장은 "여기서 얻는 직접적인 수입만 한 해 9000만유로에 달한다"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느끼기 위해 베로나를 찾은 관광객들은 또 다른 유적에 시선을 고정한다. 베로나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중세,그리고 르네상스시대까지 수천년을 이어온 유적들을 잘 보존해 이를 관광자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르키 사무총장은 "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시내에 현대식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다"며 "관광객들은 17세기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