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가장 강도높은 핵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방북한 미국의 핵 전문가를 통해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긴급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어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과 회동 후 "지난 20년 이래 가장 도발적인 행위"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이 사안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은 당장 유엔 차원의 북한제재 조치인 안보리 결의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북측도 함께 합의했던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또다시 한반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나선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일은 북한이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특히 북은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시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소장에게 "북 · 미 관계의 근본적 변화없이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핵을 내세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대북 정책과 6자회담 대응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북의 의도가 무엇인지,그들이 가진 원심분리기의 전체 규모와 3차 핵실험 준비상황 등을 시급히 파악하고, 북의 핵도발에 대해 한 · 미 양국이 긴밀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공동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나아가 다각적인 국제공조를 통한 고강도의 대북 제재 또한 불가피하다. 지금으로서는 6자회담 당사국 간 긴밀한 협의와 공조체제를 통해 대응에 나서는 것이 당면 과제다.

무엇보다 이 같은 국제공조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그동안 북의 핵개발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취하면서도 번번이 북한을 감싸는 이중적 태도로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조한 측면이 있다. 중국은 북이 명백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와 6자회담 약속을 위반한 만큼 이번엔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당연한 책무임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