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식품 관련 책인 규합총서엔 '밥먹기는 봄같이 하고,국먹기는 여름같이 하고,장먹기는 가을같이 하고,술먹기는 겨울같이 하라'는 글이 있다. 이는 단순히 음식을 먹기 좋은 때를 말한 게 아니다. 각 음식의 제조 온도와 그에 맞는 계절을 얘기한 것이다. 서늘한 데서 발효시키는 장처럼 막걸리를 겨울철에 빚으면 저온 숙성이 이뤄져 맛과 향이 좋아지는 것을 알았던 것.여름에 빚으면 4~5일 만에 숙성되는 막걸리가 기온이 내려가면 숙성기간이 6~7일로 길어진다. 온도차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저온 숙성된 막걸리는 과일향을 내는 에스테르 성분이 풍부해져 다채로운 맛과 향을 갖게 된다.



◆생막걸리의 제철,겨울

막걸리는 추위와 어울리는 음식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등산 등 나들이가 많아지면서 인기를 끈다.

생막걸리는 여름엔 빨리 변질되지만 기온이 내려가면 보존 기간이 길어져 좋은 맛이 오래 유지된다. 이런 이유로 막걸리 마니아들은 가을 전어처럼 막걸리의 제철을 가을 · 겨울이라고 말한다.

가을 · 겨울에 먹는 막걸리는 그해 수확한 햅쌀로 담근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맛도 좋다. 국순당은 '보졸레 누보'처럼 해마다 10월이면 '매년 그해의 햅쌀로 빚어 일정 기간에만 마실 수 있는 술'이라며 햅쌀 막걸리를 내놓는다.

신세계 이마트는 12월17일까지 한 달간 서울 성수,천안,군산 등 50개 점포에서 '2010년 햅쌀막걸리 대전'을 개최하고 충남 성광주조,전남 나주탁주 등 전국 51개 유명 양조장에서 만든 햅쌀 막걸리를 판매한다.

◆겨울 제철 안주와도 궁합이 좋은 술

꼬막,굴,복어,홍어는 겨울이 제철이다. 이런 해산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 막걸리다. 해산물이라 짭조름하고,얼큰하게 요리한 음식이 많아 '밥 같은 술' 막걸리가 제격이다. 해산물의 염분과 특유의 비린내는 잠재우고,제철 음식의 맛은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홍탁'의 제철도 겨울이다. 산란기를 지난 홍어를 톡 쏘는 맛이 나도록 삭혀서 막걸리와 곁들여 먹으면 제대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건강에도 좋은 막걸리

겨울철에 유럽에선 와인에 각종 과일이나 향료를 넣어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글루바인(gIuh wein)'이 등장한다. 막걸리에도 겨울 버전이 있다.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모주다.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대추,인삼 등을 넣어 데우면서 약간의 알코올을 날리고 따뜻하게 데워 마실 수 있다. 겨울철 피로 회복과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막걸리는 필수 영양소인 아미노산과 비타민B가 풍부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겨울철,피부 건강에도 효과적이라고 업체들은 설명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