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구제금융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에 이어 재무장관까지 입장을 바꿔 '구제금융 수용'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며칠간 요동쳤던 글로벌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보였다.

아일랜드 국영 RTE방송은 18일 "브라이언 레니헌 아일랜드 재무장관(사진)이 아일랜드 금융권 재무상황 점검차 더블린을 방문한 EU 및 IMF 관계자들과 회동한 뒤 '은행권 구제를 위한 구제금융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레니헌 장관은 "아일랜드 금융권의 부채 문제는 아일랜드 정부가 혼자서 다루기엔 너무 커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U 등으로부터 어떤 종류든 금융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EU 등과 협상에서 정확한 구제금융 규모는 나오지 않았고,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도 "구제금융 계획이 아일랜드의 주권과 독립성 상실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아일랜드 일간 아이리시타임스는 "IMF와 유럽중앙은행(ECB) 파견단과 아일랜드 정부 간 은행권 구제를 위한 수십억유로 규모 구제금융 실무협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구제금융 규모와 관련,영국 텔레그래프는 "10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일리미러는 700억파운드(약 820억유로)로 예상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이처럼 '외부지원 수용'으로 입장을 바꾸자 아일랜드 국채 수익률은 하락하고 유로화는 달러 대비 강세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구제금융 수용 의사를 밝힌 직후,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인상하라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구제금융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와 독일이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재정적자 감소책의 일환인 법인세 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어 구제금융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프랑스(34.4%)나 독일(15%)에 비해 크게 낮다. 낮은 법인세율을 바탕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해 경제성장을 해왔던 아일랜드는 법인세 인상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편 아일랜드 현지에선 구제금융 수용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리시센트럴닷컴은 "여당이 25일로 예정된 보궐선거에서 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