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과 고용사정 개선에 힘입어 가계 소득이 4분기 연속 증가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 계층 간 소득 격차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가장 작은 수준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채소 가격 급등으로 식료품 지출이 급증하고 세금과 이자비용 등 비소비 지출이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 가계에 부담을 줬다.

◆고용 회복→소득 증가 선순환

통계청은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366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지난해 3분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0.7% 감소했으나 4분기 4.9% 증가로 돌아섰고 올 들어 1분기 7.3%,2분기 7.7% 늘어났다. 고용이 회복되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면서 근로소득(6.6%) 사업소득(5.9%) 이전소득(6.8%)이 늘었고 재산소득은 저금리 영향으로 이자소득이 감소하면서 18.1% 줄었다. 가구당 소비지출은 월 평균 23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가정용품 · 가사서비스(15.3%) 의류 · 신발(10.1%) 식료품 · 비주류음료(10.0%) 항목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반면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학원교육 지출은 2.9% 줄었다. 김신호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학원 심야교습 금지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계층별로는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13.6%로 가장 높았고 2분위 9.3%,3분위 6.9%,4분위 6.5%,5분위 3.4% 등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소득 증가율이 낮았다. 이에 따라 5분위 평균 소득을 1분위 평균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22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매년 3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작았다.

◆세금 이자비용 등 11.9% 증가

소득이 늘고 계층 간 격차도 줄었지만 치솟는 물가와 세금 이자 등 비소비 지출이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가계 소득은 명목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는 3.0% 증가에 그쳤다. 소비 지출도 명목상으로는 5.3% 늘었지만 실질 증가율은 2.8%에 불과했다. 특히 물가가 많이 오른 채소 및 채소가공품 항목의 소비는 명목 기준으로는 23.8% 증가한 반면 실질 기준으로는 6.2%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구입한 물건의 양은 작년보다 줄었는데 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비소비 지출은 월 평균 69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1.9%로 소득(6.1%)과 소비 지출(5.3%) 증가율보다 높았다. 이자비용이 17.3% 늘었고 경상조세(12.5%) 연금(10.3%) 사회보장(9.9%) 등에 대한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