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현대자동차그룹 컨소시엄을 예비협상 대상자로 각각 뽑았다고 발표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본입찰에서 현대건설 주식 3887만9000주(34.88%)의 인수가로 5조5100억원을 써냈다. 인수대금을 내년 1분기까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5조1000억원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의 주당 인수가는 본입찰을 실시한 15일 종가(7만3100원)의 거의 두 배인 14만1722원으로 예상을 웃돈다. 당초 시장에서는 4조원 안팎에서 낙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매각 주식 시가를 합친 2조9000억원에 30~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값을 적정 가격으로 봤다. 하지만 경쟁 심화로 낙찰가가 예상보다 1조5000억원 높아졌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김효상 여신관리본부장은 "특별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마련한 평가 기준에 따라 수십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에서 심도있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현대그룹이 비(非)가격 요소에서의 열세를 뒤집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며 "전체적으로는 100점 만점에 1점 미만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양측의 점수차가 근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두 자금조달 증빙 서류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이달 중 현대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현대그룹 측의 현대건설에 대한 정밀 실사와 본계약을 거쳐 내년 1분기까지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직후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와 함께 옛 영광을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시장 논리에 따라 적정한 가격과 조건을 제출했고,입찰 절차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했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이태훈/김수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