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늦가을이다. 이런 환절기에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고 감기 등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다. 특히 체내 감염된 바이러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재발하는 헤르페스와 콘딜로마 등은 환절기에 더욱 주의를 요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단순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HSV)에 의한 감염증을 말하는데 입 코 성기 주변에 작은 궤양이나 물집이 군집을 이뤄 나타난다. 주로 피부와 점막이 만나는 부위에 발생하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재발하기 쉽다.

헤르페스의 원인 바이러스 균은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은 생식기 부위를 제외한 입술,구강,얼굴 등 신체 어느 부위에나 발견되며 2형은 주로 생식기 부위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구강성교가 흔해진 요즘은 1형 바이러스가 생식기 부위에, 2형 바이러스가 입술이나 얼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1형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입가에 궤양이나 물집이 있는 사람과 수저 등 식기를 같이 쓰거나 키스 등으로 피부 점막에 직접 접촉할 경우 전염된다. 2형 바이러스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데 특히 콘돔을 쓰지 않을 경우에 가능성이 높다. 주요 증상으로는 물집 궤양뿐 아니라 가려움증, 불쾌감, 몸살기운, 분비물, 미열, 두통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1형과 2형 바이러스가 혼재돼 나타나기 때문에 병변의 위치만으로 바이러스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헤르페스 증상으로 생긴 피부 병변이 사라지고 통증이 없어지면 대부분의 경우 병이 완전히 나아서 바이러스가 없어진 것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바이러스는 몸속에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스스로 재활성화돼 같은 부위에 주기적으로 재발한다. 주요 재발 요인으로는 과음, 과로, 스트레스, 외상, 감기, 월경, 과도한 성관계, 다른 질병에 걸린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조정호 골드만비뇨기과네트워크 강남점 원장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증상이 생겼을 때 항바이러스제로 증상을 빨리 호전시키고 재발을 낮추는 방법이 있으나 완치할 수 없다"면서 "여러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정기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콘딜로마(곤지름) HPV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성기 사마귀를 말하며 한때는 성병 사마귀라고도 불렸던 질환이다. 콘딜로마도 헤르페스와 마찬가지로 전염이 되더라도 아무 증상이 없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환절기에 특별히 주의를 요한다. 콘딜로마는 모두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데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정도 흔하게 걸린다. 공기나 수건 문고리 등을 통해 전염되지는 않는다. 손과 발에 사마귀를 만드는 바이러스는 다른 종류의 HPV이기 때문에 콘딜로마를 손으로 만졌을 경우에도 손이나 발에는 사마귀가 생기지 않는다.

콘딜로마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크기가 점점 커지고 주위로 퍼져나가는 숫자도 많아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은 자궁경부에 세포변성을 일으켜 방치하면 자궁경부암 등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