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김환기,이우환.' 이른바 한국 미술시장의 톱3 작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봤더니 100명의 작가 거래 총액에서 3명이 40%를 넘었다. 다시 톱10 작가들이 차지하는 위력을 분석해 보았더니 이번에는 70%를 상회했다. 아무리 '승자독식 현상'의 논리가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수치는 선뜻 이해되기 어렵다.

스포츠나 예술시장에는 블랙홀 현상 같은 게 있다. 김연아 다음 순위는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거나 아예 관심이 없듯이 예술의 생명은 그 작가와 작품만이 갖는 '창조성'으로 귀결되기에 2등을 기억하지 않으며 나머지 99.9%를 이끄는 힘을 발휘한다.

1990년부터 유예와 폐기를 거듭했던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내년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그간 오랫동안 토의가 있었으며,그 결과 국회 문광위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27명이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골자는 어려운 미술시장의 여건을 감안해 6년을 연장하자는 안으로서 미술시장의 현실을 세심히 살핀 부분이 잘 나타나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조세형평원칙과 함께 6000만원 이상의 작품에만 양도세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의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6000만원 이상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의 경우 건수는 고작 5%에 그치고 있으나 전체 거래총액은 무려 55%에 달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김연아 현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6000만원 이상의 작품에 대해 과세한다는 것은 경매시장 과반수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고,그 파급효과는 갤러리,아트페어 등 전체 시장에 급속도로 확산돼 거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대다수 작가들의 창작환경 또한 연쇄적으로 어려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고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마니아 층은 중저가의 작품을 훨씬 더 많이 컬렉션하기 때문에 그 영향은 더욱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시장에서는 선진 여러나라에서도 강조되는 조세형평원칙을 모두 긍정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미술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로 2년여 전보다 반토막 났다. 오히려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양도세를 실시하려면 단 10만원짜리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후 어떠한 가격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체 작품을 신고하는 실명거래가 돼야 하지만 시장현실은 너무나 거리가 멀다.

중국은 경매회사가 생긴 지 10여년 밖에 안됐는데도 벌써 100여개가 넘고 연간 경매 횟수도 1000여회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2개 경매회사에 15회 경매 횟수만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소더비나 크리스티의 연간 거래액이 7조원이지만 우리나라는 467억원이 전부이다. 세계 어느나라에 내놓아도 국제경쟁력을 갖는 글로벌 시장의 작가는 단 한 명도 없으며,국공립미술관에는 반 고흐,피카소 등의 작품 한 점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간 세수 총액 30억~40억원도 못 미치는 미술품 양도세를 적용해 수만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창작환경을 급강하시키고 아직 척박하기만 한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저하시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적어도 1조원 정도에 달하는 미술시장의 규모가 성숙될 때까지 이번 세법은 유보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의원들의 공동발의는 환영할 만하다.

미술시장 역시 글로벌마켓으로 거듭나기 위해 투명한 거래정보 공개 등 세원확보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며,숙원 중 숙원인 세계적 스타작가의 발굴과 지원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병식 <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