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동네상권의 중소상인들이 일단 한숨을 돌렸다.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맹점형 SSM을 사업조정대상에 포함시키는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도 오는 25일 통과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소형 점포들의 매출부진이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형 유통업체가 전통시장과 동네상권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벽을 쳤을 뿐이다.
편리하고 풍성한 기업형 체인점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발길을 돌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에게 중소상인 가게만 이용하라고 강제할 법안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론적이지만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중소상인 가게를 이용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세 가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뿐이다. 정부가 '나들가게' 사업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경자영업지원단이 최근 2주 동안 돌아본 13개 지방도시의 자영업 시장 상황은 한마디로 절박했다.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되는 한계 점포들이 전통시장과 동네상권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에게 6%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경북 안동시는 인구 17만명에 자영업소가 무려 1만4000개다. 제조업체가 아예 없어 너도나도 자영업에 몸담았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를 위해 방문한 '안동찜닭' 식당 주인은 무릎을 꿇고 가게 명함을 돌렸다. "서울까지 택배가 되니 친지들에게 홍보해달라"는 간청을 덧붙였다. 짙은 유교문화 영향 탓에 서빙할 때도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는 고장이 이렇게 변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자영업 문제가 심각하다며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영업자들의 신음소리가 4년 뒤 지방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모 구청장은 자신의 관할 구역 내 주요 상권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활성화 방안을 조언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들은 지금처럼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한계상황의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면 사회불안이 가중된다고 입을 모았다. 자영업 다음을 받쳐줄 사회안전판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만 이런 게 아니다. 서울 삼청동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J씨는 한국경제신문의 '자영업 성공 멘토링' 기사를 보고 애절한 메일을 보냈다. "하루 8만~10만원의 매출이 이어지면서 월세 150만원을 1년째 못 내고 있다"는 게 요지였다. 그는 "5년간 일식에서 순대국,양식 레스토랑으로 업종을 바꿔가며 아내와 죽어라 일해도 영업부진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 문제는 돈으로 풀기가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소자본 창업자금 대출 최대 5000만원을 까먹는 데는 1년이 채 안 걸린다. 때문에 '장사의 기술'과 지식의 전수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첫번째 해법이다. 성공한 자영업자들을 지식의 전파자로 내세우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대대적으로 도입할 만하다.

한경자영업지원단이 올해 6개월 동안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결과,대상 점포 매출이 평균 100%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거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사의 기술은 손님의 주머니를 더 열게 하고 소비자들의 싫증을 덜어준다. 거시적인 경기회복만 기다리다가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안전판이 무너질 수 있다. '자영업 전문가 10만 육성론'이라도 부르짖고 싶은 심정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경제학 박사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