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는 틈새시장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시장 진입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10일 SB리모티브 울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프란츠 페렌바흐 보쉬그룹 회장이 내놓은 전기차 시장 전망이다. 그는 전기차 시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페렌바흐 회장은 "초기 전기차시장은 인프라 부족 등으로 하루 평균 20㎞ 미만을 운행하는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도 이런 틈새시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거주자 5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49개였지만 2025년에는 75개까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가 유해 배기가스 감소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전기차 시장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성공을 위한 최대 과제로는 배터리 가격 인하를 제시했다. 그는 "전기차 가격이 비싼 주요인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며 "삼성SDI가 가진 대량 생산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등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운행 여건에서 안정성을 갖출 수 있는 배터리 성능,한번 충전해 2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저장 능력 확대,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전기차 대중화의 과제로 꼽았다.

보쉬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럽 대부분의 업체들처럼 보쉬도 내연 엔진 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 비즈니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렌바흐 회장은 이에 대해 "유럽회사들이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동안 아시아권 업체들이 IT기기를 중심으로 배터리 기술을 크게 발전시켰다"고 인정했다. 이어 "메가시티 등에서 전기차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파악한 후 이 분야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협력했던 삼성SDI와 손을 잡았다"고 합작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에서 후발 주자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본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울산 공장 준공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기술력도 뒤처지지 않아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울산=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