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특정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나오면 주가가 급등세를 타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26일 한 증권사에서 휴대폰 부품업체 시노펙스에 대해 '완벽한 턴어라운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날 시노펙스 주가는 4.68% 급등했다. 공교롭게도 보고서가 나오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1일부터 기관들이 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의아한 점은 지난 4월21일 이후 6개월간 기관이 단 하루도 이 주식을 순매수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고서 발표 직전 기관 매수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뭔가 석연치 않았다. 한 증권계 인사는 "보고서가 나온 전후 시점의 기관 매매동향을 보면 시노펙스와 비슷한 사례를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귀띔했다.

증권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첫째,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해당 기업을 탐방하는데,이때 펀드매니저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매니저들은 회사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들을 수 있어 좋고,펀드매니저들의 평가에 목을 매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괜찮은 기업이다 싶으면 펀드매니저들은 탐방 직후 바로 그 주식을 살 수 있는 반면,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시일이 걸려 시노펙스처럼 '선 매수,후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일부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낸 보고서의 '흥행'을 위해 발표시기를 저울질하다 기관들이 해당 종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에 발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마지막 가능성은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발간하기 전에 가까운 펀드매니저에게 그 사실을 슬쩍 먼저 알려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선진화되면서 '짬짜미 뒷거래'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암암리에 이런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증권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개미투자자들은 정보 접근성에서 기관들에 비해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별로 즐겁지 않다"는 투자자들의 푸념이 괜한 엄살 같지 않은 이유다.

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