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오른 모든 것을 경계하라!"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로 전 세계 상품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금은 물론 중국 부동산,곡물 등 그동안 가격이 폭등한 대다수 인기 자산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과 투기,불안심리 등으로 시장이 단기간에 끓어오른 만큼,가격 폭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파이낸스는 10일 전문가 견해를 토대로 '곧 붕괴할 수 있는 10가지 시장 거품'을 선정,보도했다.

우선 금값이다. 지난 8일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한 금값은 9일에도 6.9달러(0.5%) 더 오르며 1410.10달러까지 치솟았다. 2000년대 초반 온스당 200달러대였던 금값은 10년간 7배나 올라 조정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애프터 쇼크'의 저자 로버트 위드머는 "TV 광고와 칵테일 파티가 금 이야기로 도배될 때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이상기후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넘어선 투기 요인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밀과 옥수수가 올 들어 각각 60%,40%가량 오른 것을 비롯해 설탕 가격도 30년 만의 최고치다. 쌀 선물 가격도 7월 이후에만 53% 뛰었다.

올 들어 평균 가격이 9.1% 오른 중국 부동산도 문제다. 부동산 전문가인 비크람 만샤라마니는 "중국의 웨이터와 가정부까지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은 명백한 거품 신호"라고 꼬집었다. 개발업자들이 실제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아파트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주식도 주의 대상에 올랐다. 지난 2년간 146%나 오른 만큼 거품 붕괴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다. 바튼 브릭스 전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회장은 "이들 국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 덕에 높은 성장세를 누렸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도 거품 영역에 포함됐다. 올 들어 유로화 대비 10%가량 하락했지만 외국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등 미국 자산 매입을 중단하면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중국이 설령 달러를 영원히 팔지 않는다 해도 일본 연기금 펀드나 유럽 보험회사들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달러 덤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려운 거품은 미국 국채다. 이게 터지면 전 세계 경제는 핵폭풍의 충격을 맞게 된다. 위험의 시작은 미국 국채가 더 이상 팔리지 않을 때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그리스나 아일랜드와 같은 처지가 된다. 13조7천억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미국은 이미 달러를 찍어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처방약이 독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로버트 위드머)"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이 매체는 이 밖에도 지난 9년간 주가가 1200%나 폭등한 애플도 스티브 잡스 회장의 퇴진 시기를 조심해야 하며,가치평가가 쉽지 않은 페이스북 장외주식과 최근 인수 · 합병 시장을 달군 컴퓨터 스토리지 업체 '3파(3Par)'등 소규모 기술 업체의 몸값도 거품이라고 진단했다. 3파는 휴렛팩커드와 델의 인수 경쟁으로 몸값이 수익의 325배인 24억달러까지로 치솟았다. 경제성이 떨어짐에도 전 세계 각국 정부가 엄청난 지원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태양광 등의 대체에너지도 거품이라는 지적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