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본격 진출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은 미국 헴록,한국 OCI,독일 바커 등 상위 3개 업체가 80%를 점유하고 있는 독과점 구조다. 삼성의 초기 생산 규모(연간 1만t)만을 놓고 보면 이들 기업과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삼성의 자본력과 반도체 · 전자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빠른 시간 내에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고,선두 주자군에 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폴리실리콘 원천기술을 가진 MEMC와 합작하게 되면 사업 진출에 필요한 연구 · 개발(R&D)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장점이 있다.


◆공급 달리는 폴리실리콘

폴리실리콘 국제 가격은 업체간 증설 경쟁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약세를 보이다 지난 6월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타고 있다. 이달 현재 단기계약(스팟) 물량 가격은 ㎏당 80달러대로 두 달 만에 48.1%나 올랐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제 물량 호가는 ㎏당 100달러대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용량은 10GW(기가와트)로 예상됐는데 세계 각국 정부들이 태양광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15GW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태양전지 수요가 늘면서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공급 물량도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국내외 업체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2위인 OCI는 내년 10월까지 군산 공장 신 ·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현재 연 2만7000t에서 세계 1위인 헴록과 동일 수준인 3만5000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한국실리콘도 생산규모를 3200t에서 2012년까지 1만t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폴리실리콘 업계에 삼성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생산규모와 품질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태양광 사업 전열 정비

삼성정밀화학은 2008년 하반기부터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놓고 그룹내 또다른 화학계열사인 삼성석유화학과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삼성정밀화학의 사업 진출로 계열사 간 중복 투자에 대한 교통정리와 함께 삼성의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폴리실리콘(정밀화학)-잉곳 · 웨이퍼(코닝정밀소재)-셀 · 모듈(전자 · SDI)-발전사업(물산 · 에버랜드)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 육성전략을 짜놓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염소 생산기술도 순도 향상 등 향후 폴리실리콘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정밀화학은 암모니아 요소 등 생산제품군이 4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화학물질 개발 기술을 갖고 있다"며 "폴리실리콘 제조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염소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삼성정밀화학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폴리실리콘

다결정 실리콘으로 불리는 화합물로 태양전지와 반도체용 웨이퍼의 핵심소재로 쓰인다. 규소에서 추출한 석영을 탄소화합물로 혼합 정제해 만든다. 폴리실리콘의 순도가 높을수록 고효율 태양전지 생산이 가능하다. 국제 시장에서는 기존 '나인-나인(99.9999999%)' 제품보다 한 단계 순도가 높아진 '텐-나인(99.99999999% · 불순물 함량 100억분의 1)' 제품이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