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사업자 선정은 연금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한국은 연금 운용에 있어 법적으로 기업과 사업자와의 계약형 제도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노사가 직접 보관 · 운영할 수 없고 외부 금융회사(퇴직연금 사업자)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54개사가 사업자로 영업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의 한 당사자인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안전하게 보관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적립 의무 이행과 적정 적립비율 유지 여부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효율적인 적립금 투자 운용을 컨설팅할 책임이 있다.

확정급여형(DB)을 도입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퇴직금과 관련된 인사 · 재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셈이다. 확정기여형(DC형) 가입 근로자나 개인퇴직계좌(IRA) 가입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는 자산 종합관리 계좌를 설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사업자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 할 때 퇴직연금 수급권 자체가 위험에 처할 뿐 아니라,비효율적인 자산운용으로 인한 노후 생활자금 부족 등이 야기될 수 있다. 노후 자금 규모가 퇴직연금 사업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절차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에 있어 모범적 절차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선정 과정에 드는 소요 기간도 단 1~2주에서 수개월까지 다양하다. 기업이 내부적인 검토를 통해 결과만 사업자에게 통보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공개 경쟁에 부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결정하기도 한다.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타워스왓슨과 같은 외부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아 공정성을 기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가 됐든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평가 항목을 가지고 자신의 니즈를 반영한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 이후 사업자들의 공시 정보나 시장 데이터를 비교 · 분석해 적합하다고 평가된 사업자 후보군을 1차적으로 선별한다. 다음에는 이 후보군에 대해 제안요청서(RFP)를 보내고 회수된 제안서의 내용을 평가해 최종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내부 판단에 자신이 있다면 RFP 없이 선정할 수도 있다. 반면 좀 더 신중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으려면 1차 후보군 중에서 또 다시 최종 후보군을 선별해 공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나 노조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기업이 혹시 기존 거래관계나 그 밖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된 선정을 하고 있지 않은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DC형의 경우 복수 사업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근로자 개인별로 다시 한 번 각자의 사업자를 고를 기회가 주어진다. 한편 이직이나 중간 정산으로 IRA를 개설하려는 근로자는 54개 퇴직연금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본인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의 합리적 기준

일반적인 사업자 선정 기준으로는 △재무 안정성 △상품제공 및 자산운용 컨설팅 역량 △제도 운영 및 행정 사무처리 역량 △가입자 교육 역량 △사업자 수수료 및 상품 관련 수수료 등 비용 △기존 계약 실적 및 기타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다시 세부 평가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에 대해 기업 또는 근로자 스스로의 니즈에 맞도록 비중을 안분해 평가한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은 금융위원회가 설정한 재무안정성 기준을 이미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나 IRA 가입자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자산운용 역량 측면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DB형 가입 근로자들이라 하더라도 이직 시에는 IRA로 전환해 은퇴 직전까지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가 유리하다.

마찬가지로 퇴직연금은 1~2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것이어서 퇴직연금사업자의 사업 지속성 여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퇴직연금 부문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서면상의 자료나 데이터만으로는 사업자 역량이 대동소이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교 평가를 하려면 먼저 거래하고 있는 기업이나 가입자들로부터의 평판을 참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업권별 특성

퇴직연금사업자는 업권별로 은행 15개,증권 17개,보험 22개사가 있다. 각기 고유 업무 영역의 특성상 서비스 분야별로 장 · 단점이 다르다. 은행은 방대한 점포망에 따른 거래의 편리성 · 친숙성을 가지고 있다. 증권은 투자상품이 다양하고 자산관리 서비스가 양호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은 기업 입장에서 기존의 퇴직보험 계약 관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업권별로 주로 취급하는 투자상품도 판이한데 은행은 정기예금,증권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펀드,보험은 보험계약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물론 타업권의 상품도 함께 제공하고는 있지만 제공 상품 수나 추천은 자신의 업권 상품에 집중되고 있어 가입자들은 스스로의 상품 선호도에 따라서 업권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





smkang@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