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000억달러 2차 양적완화] 신흥국 "인플레 막아라"…긴축으로 '맞불'
미국의 2차 양적완화로 풀려나올 달러가 아시아 호주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몰려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신흥국들은 이 때문에 외국자본 유입을 줄이기 위한 규제책을 마련하고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아시아 물가 초비상

지난해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는 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플러스 성장을 했다. 올 들어선 성장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의 1차 양적완화로 불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로 몰려들어 물가와 자산가치가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다. 인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6.4%와 8.3%였지만 지난해엔 10.8%로 뛰었다. 올초엔 15% 근처까지 뛰기도 했다. 인도중앙은행(RBI)이 정책금리를 운용할 때 지표로 삼고 있는 도매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 9월 8.62%를 기록,목표치인 8.5%를 웃돌았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플러스로 돌아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3.3%와 3.5%를 나타내 두 달 연속 3%대를 넘어섰으며 10월엔 4%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66%를 기록했다.

◆통화가치 급등도 문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해 미국 달러 대비 32.7% 올랐다. 올 들어서도 지난 3일까지 2.4% 올랐다. 그나마 그리스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전체적인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며 3분기엔 상승률이 6.9%에 이르렀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헤알화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뛰면서 브라질의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호주 달러는 미국 달러와 1 대 1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호주 달러 가치가 27.3% 치솟은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2.5% 더 뛴 결과다. 호주 달러가 미국 달러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게 된 것은 1983년 자유변동환율제도 채택 이후 처음이다.

다른 신흥국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통화가치 절상률을 보면 태국 11.9%,뉴질랜드 7.6%,싱가포르 9.1%,한국 5.1% 등이다.

◆신흥국 긴축 전쟁 돌입

리다오쿠이(李稻葵)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사우나의 열탕에서 냉탕으로 바꿔 들어가듯 중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기상승을 북돋는 차원에서 통화 긴축의 속도를 늦춰 왔지만 물가 급등,자산 버블,핫머니 유입 등으로 인해 앞으로는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의미다. 루정웨이 싱예은행 연구원은 "인민은행이 올해 안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고 4분기 중에 지급준비율을 한두 차례 올릴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에는 통화긴축의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 들어 네 차례 지준율을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인민은행은 "잠재적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은 수준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밝혀 추가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인도와 호주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직전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인도는 올 들어 여섯 차례,호주는 네 차례 금리를 올렸다.

아시아 국가들이 물가와 자산가격 급등을 우려, 금리 인상에 치중하고 있다면 브라질은 외국자본 유입 억제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달 토빈세 성격의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까지 세율을 두 차례 인상,현재 6%를 적용하고 있다. 태국은 외국인에게 면제해 주던 채권 이자 및 자본이득세를 다시 부과하기 시작했다.

박준동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