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완패에 자숙하는 모양이신데,재계와 관계를 재설정하는 버튼을 누를 계획은 없나요. "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봐야죠."

미국 민주당이 높은 실업률과 더딘 경제 회복에 발목이 잡혀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다음 날인 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가진 질의응답이다. 기업들과 관계를 새롭게 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의지를 다진 것이다.

그는 "취임 이후 2년간 고민한 것은 신용카드든,보험이든,모기지(주택담보대출)든 기업들이 올바른 규정을 갖고 고객들을 공정하게 대하는지,미국이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들이 성공하는 것인지를 놓고 균형을 찾는 일이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의료보험과 금융감독 개혁법안,은행 보너스 규제,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반(反)기업적인 정서를 드러냈다고 시인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기업들을 격려하고 북돋아 주는 것이고,기업들이 고용창출 동력이라고 재계에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결국 내 책임"이라며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13일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을 순방하는 초점도 이들 시장을 개방시켜 미국 기업들의 수출을 확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에서 200명 이상의 미 최고경영자(CEO)들이 참가하는 '미국 · 인도 비즈니스 서밋'을 열 계획이다. 미 기업들은 이 행사를 통해 인도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일자리와 경제'라는 주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재계 수뇌부가 함께 참여하는 자리를 오는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에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석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자리에는 재계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물색 중이다.

미 정부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해결 쟁점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까지 해소키로 한 것 역시 재계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발레리 자렛 백악관 수석보좌관과 오스탄 굴스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등은 재계와 접촉해 무역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반기업 정서가 중도로 돌아섰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는 2012년 재선가도에서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묘안이라고도 해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갤스턴 연구원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 저변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재계와 화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