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부보다 큰 시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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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29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났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이 대책의 핵심이었다. 시장은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국경제신문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등 6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해보니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6조7167억원으로 9월 말에 비해 1조592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DTI 규제 완화책이 시행된 첫 달인 9월 증가액 1조1613억원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매매계약이 이뤄진 뒤 한 달 정도 지나 이뤄진다. 10월에 집행된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9월에 계약된 것들이라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의 아파트 계약 건수는 3만3685건으로 전월보다 8.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동산 거래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데 부동산을 담보로 빌리는 대출액이 30%나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서울 강남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에 있었다. 강남3구에서 아파트를 계약한 건수는 9월 한 달간 611건으로 전달보다 21.7% 늘었다. 전국 계약 건수 증가율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송파구에서 일하는 한 은행 지점장은 "지난 9월에 아파트 매매계약을 했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간 강남지역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강남3구가 8 · 29대책의 핵심인 DTI 완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책 발표 직후 최대 수혜지역으로 거론됐던 서울 강북지역(용산 마포 등 14개구)은 9월 계약건수가 오히려 전월보다 2.4% 줄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은 부동산 가격이 그동안 큰 폭으로 떨어져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특히 강남은 고가 거래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보대출의 규모 자체도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규제보다는 시장의 힘이 주택담보대출에서도 더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부동산 및 금융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이호기 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등 6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해보니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6조7167억원으로 9월 말에 비해 1조592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DTI 규제 완화책이 시행된 첫 달인 9월 증가액 1조1613억원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매매계약이 이뤄진 뒤 한 달 정도 지나 이뤄진다. 10월에 집행된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9월에 계약된 것들이라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의 아파트 계약 건수는 3만3685건으로 전월보다 8.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동산 거래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데 부동산을 담보로 빌리는 대출액이 30%나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서울 강남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에 있었다. 강남3구에서 아파트를 계약한 건수는 9월 한 달간 611건으로 전달보다 21.7% 늘었다. 전국 계약 건수 증가율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송파구에서 일하는 한 은행 지점장은 "지난 9월에 아파트 매매계약을 했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간 강남지역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강남3구가 8 · 29대책의 핵심인 DTI 완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책 발표 직후 최대 수혜지역으로 거론됐던 서울 강북지역(용산 마포 등 14개구)은 9월 계약건수가 오히려 전월보다 2.4% 줄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은 부동산 가격이 그동안 큰 폭으로 떨어져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특히 강남은 고가 거래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보대출의 규모 자체도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규제보다는 시장의 힘이 주택담보대출에서도 더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부동산 및 금융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이호기 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