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빅3'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검찰은 압수수색물 분석을 통해 혐의를 구체화한 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세 사람에 대한 소환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C&그룹과 태광 · 한화 등 다른 기업 사건도 연말에야 수사결과가 가시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서울중앙지법에 신한은행 본점 · 서소문 지점과 함께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이백순 신한은행장의 자택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가 '피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당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신한은행 본점 등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물을) 다 숨겨서 집에 보관하고 있을텐데 영장을 기각당해 당황스럽다"며 "영장 재청구 여부는 압수수색물을 분석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물은 회사 서류와 CCTV를 비롯한 전산장비 등 박스 16개 분량이다. 압수수색물 분석과 이를 통한 혐의 포착 후 영장 재청구에는 시간이 걸려 빅3 소환은 정황상 G20(11~12일) 정상회의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C& 수사도 예정보다 길어지는 양상이다. 대검 관계자는 "횡령 혐의를 여러 부분 잡았다"며 "연말까지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C&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지목된 광양예선에서 대규모 차명계좌 거래가 일어난 정황을 포착하고 횡령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이 회사 전 대표 정모씨에 따르면 그는 회사로부터 진 빚 2억원을 상환하면서 아내의 계좌를 통해 C&그룹 감사실장 최모씨의 아내와 형에게 여러 차례 나눠 송금했다. 또 2004년 11월 임병석 회장에 대한 일일보고에는 "6억원을 김◆◆(임 회장 수행비서) 계좌로 송금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정씨는 전화통화에서 "임 회장과 비서실,부회장 등이 지시해서 시키는 대로 계좌로 돈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임 회장이 '영남인맥'으로 통한 부산의 명문 K고 재경동창회 간부 김모씨(60)를 영입해 그를 통해 금융권과 정 · 관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에서 진행 중인 태광그룹과 한화그룹 수사도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이고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