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공화당 압승…뭐가 달라질까] 한쪽 날개 잃은 '오바마노믹스' 멈칫…한ㆍ미 FTA는 한발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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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월가 개혁법 등
공화당 지연작전 거세질 듯
연방-주정부 '딴 목소리' 우려
공화당 지연작전 거세질 듯
연방-주정부 '딴 목소리' 우려
미국 집권 민주당이 2일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에 참패,권력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공화당이 연방 하원의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미국 국내 정치뿐 아니라 대외 정책에서도 적지 않은 변수다.
(1)법안 처리 흐름에 변화 생기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부양 법안,의료보험 개혁법안,금융감독 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추동력은 연방 상원과 하원을 다수당으로 장악한 민주당의 힘 덕분이었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걸려 애를 먹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60석(총 의석의 5분의 3)을 모아 이를 뚫었다. 과반수(218석 이상)로 결정하는 하원에서는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새 의회가 출범하는 내년 1월부터는 민주당이 이처럼 강한 추동력을 발휘할 수 없다. 상원에서 의석을 잃어 필리버스터를 차단하기가 더 어려워진 데다 하원에서도 다수당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미국은 통상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통과된 법안을 절충,법을 제정하는 시스템이어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하원이라는 중요한 한 쪽 날개를 잃은 것이다.
(2)한 · 미 FTA 비준 탄력받나
일단 한국과 미국이 오는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 자동차와 쇠고기 쟁점을 타결지어야 한다. 이어 미국 행정부는 이행법안을 상원과 하원에 제출한다. 양원의 민주당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한 · 미 FTA 비준을 지연시켜 왔다.
그러나 FTA에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해 큰 장애물이 하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한 · 미 FTA를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샌더 레빈 세입위원장도 현재의 직책에서 모두 물러난다. 미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미시간주가 지역구인 레빈은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첫 관문을 막아 왔다.
의회가 새로 구성되면 하원 의장은 공화당의 존 베이너 의원이,세입위원장은 같은 당의 데이비드 캠프 현 세입위 간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에서도 FTA 이행법안은 다른 법안과 달리 필리버스터나 수정안 제출 없이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절차)으로 처리되며 과반수 찬성만 얻으면 된다. 다만 FTA를 처리하는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 위원장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다. 그는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주 출신이다.
(3)월가 개혁법 등 폐기 가능하나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다수당이 되면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통과시킨 의료보험 개혁법과 금융감독 개혁법을 대폭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물론 개혁법 수정이나 폐기가 쉽지는 않다. 공화당이 폐기안을 제출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화당이 다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시하고 개혁법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하원과 상원에서 3분의 2 의석인 290명과 67명의 찬성표가 각각 필요하다. 이번에 확보한 공화당의 상 · 하원 의석으로는 모자란다.
공화당은 차선책으로 법 시행을 위한 행정비용의 집행을 지연시켜 오바마와 민주당을 어렵게 할 수는 있다. 단 상원에서 60석을 확보해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대신 공화당이 관련 법 이행을 돕는 청문회를 지연시키거나 반대 여론을 몰아가는 전술로 법 시행을 늦출 수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이민법 개혁도 반대한다. 오바마는 미국에 들어와 있는 기존 불법 체류자가 벌금을 내면 합법적인 이민자 지위를 부여하자는 쪽이지만 공화당은 국경 경비 강화가 우선이라고 맞선다.
(4)연방정부 · 주정부 충돌 잦아지나
공화당계 주지사들이 많이 당선됨에 따라 민주당이 잡고 있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충돌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선거 이전부터 대립 양상이 불거졌다. 연방정부가 경기부양 자금을 주정부에 내려보내자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증가에 반대하는 공화당계 주지사들이 이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한 사례가 있다.
연방정부가 통과시킨 의료보험 개혁법을 시행하지 않겠다면서 헌법 소원을 낸 주들도 있다. 이들 주는 모든 국민들이 의료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는 개혁법은 개인의 자유선택을 보장하는 헌법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거꾸로 연방정부는 공화당계인 애리조나주가 불법 이민자를 검문하는 이민법을 통과시키자 대법원 제소로 제동을 걸었다.
(5)예산안 갈등,노동계 영향력은
미국 노동계의 의회 영향력 역시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노조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다. 공화당은 비밀투표 없이 종업원들 다수가 서명하면 고용주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야 하는 '카드 체크' 제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원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노조가 기금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또 공화당은 과다한 연방정부 지출로 인한 재정적자 증가를 반대해 왔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지출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내후년 예산안 통과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40년 만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한 공화당은 1995년 11월과 1996년 1월 예산안 처리를 거부했다. 이 바람에 예산 집행이 차질을 빚어 정부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행히 대북문제 등 외교 · 안보 부문에서는 양당이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